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왜냐면

학교자치, 학교장 권한을 학교의 권한으로 세워야

등록 2021-08-23 19:04수정 2021-08-24 02:37

[왜냐면]

유성동ㅣ민주시민교육교원노조 정책실장·금산 신대초등학교 교사

학교 공동체를 구성하는 주요 주체인 학생의 학교 교육활동 참여를 보장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회는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 참여를 보장하는 법안을 발의하였고, 어느 교육 수장은 학생 대표들과 함께 국회를 찾아 학교운영위원회 구성 시 학생 대표 추가를 담은 법령 개정 요구서를 전달하였다.

학생들의 학교 교육활동 참여를 제대로 보장하기 위한 포괄적이며 강제적인 장치로서의 법령 제·개정 움직임에 십분 공감한다. 그동안 우리 학생들은 교육의 영역에서 적극적 주체로 인정받지 못했다. 미성숙한 존재로 취급받았으며 기본권은 광범위하게 제한돼 왔다. 특히 청소년기의 비판적 사고력은 억눌렸고, 학교교육은 순응적 인간 양성이라는 지배 권력의 통제 기제로서 충실했다.

그러면 한두명의 학생 대표가 학교운영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학교 민주주의와 학생자치를 실현하는 것인가? 정답은 ‘노’(No)다.

자치 실현을 위해선 민주적 절차에 따른 대표 선출, 운영에서 독자성과 자주성 보장, 자율적 의사결정권 행사가 전제되어야 한다. 학운위 참여로는 어느 것 하나 담보되질 않는다. 학생이 자율성을 가지고 스스로 주도적인 활동을 펼침으로써 민주시민의 자질을 함양하기 위한 최선책은 ‘학생회’라는 자치기구의 법제화이다. 법령으로 학생회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고 공간과 재정 지원을 의무화해야 한다. 이는 학생을 미래 시민이 아닌 현재의 시민으로 인정하는 관점의 전환을 의미한다.

학교자치는 학생자치의 연장선이다. 학교 구성원들이 상호 수평적으로 학교 운영의 결정권을 갖고서 책임과 권한을 행사할 때 진정한 학교자치가 가능해진다. 특히 교사의 역할이 지대하다. 지금껏 공교육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건 학교장에게 집중된 무소불위의 권한이다. 그 구조 속에서 교사는 타율적 관리와 감시의 객체였다. 학교자치는 교사가 전문성을 발현하고 책무성을 중히 여기며 비판적·자율적 주체로 자리매김하는 전환 기제가 된다.

학교자치의 진정한 실현을 위한 첫걸음은 국가주의적 교육관의 수정이다. 아직도 미완성인 교육자치 30년을 자랑하듯 선포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교육자치 성과 이후 학교자치를 논의하자는 수직적·계층적·관료제적 사고와 관행으론 교육자치도 학교자치도 불가하다. 교육부만 쳐다보는 교육자치에서 단위 학교의 책임과 권한을 확대하는 쪽으로 태세가 바뀌어야 한다. 이는 학교자치가 곧 교육자치라는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다.

지금껏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자치 실현에 방해자 역할을 해왔다. 일부 변경이 아닌 새로운 학교자치기구가 요구된다. 교사회·학생회·학부모회를 두어 교육주체 누구나 학교 교육 및 운영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중요 사안에 대해선 각 자치회 대표와 직원 대표, 학교장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최종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구가 법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미래 학교가 어떤 형태를 띠든 그 운영 원리는 자치의 원리여야 한다. 권한의 불균형에 따른 비민주적 제도 아래 어떤 미래 교육도 과거 교육일 것이며, 미래 학교의 효용 역시 반감될 것이기 때문이다.

조례에 의한 학교자치 실현의 한계는 자명하다. 제왕적 학교장 체제를 극복한 수평적·민주적 학교공동체로 바로 세워지기 위해선 법령에 의한 뒷받침이 필연이다. 학교장의 권한을 학교의 권한으로 바꾸는 노력과 학교 구성원에 의한 학교장 선출 제도화도 병행돼야 한다. 학교자치가 지향하는 궁극적 목표는 단위 학교 구성원들의 민주적 소통과 협력 속에서 시민성을 함양하고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