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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팬데믹과 전쟁을 함께 겪는 아이들

등록 2021-08-25 17:12수정 2021-08-26 02:36

유엔난민기구 등 국제 단체들이 19일(현지시각) 아프가니스탄 구호를 위한 자금 지원을 촉구했다. 아프간 난민들이 16일 이란 국경을 넘고 있다. 시스탄오발루체스탄/‘이란 적신월’ EPA 연합뉴스
유엔난민기구 등 국제 단체들이 19일(현지시각) 아프가니스탄 구호를 위한 자금 지원을 촉구했다. 아프간 난민들이 16일 이란 국경을 넘고 있다. 시스탄오발루체스탄/‘이란 적신월’ EPA 연합뉴스

[왜냐면] 남상은|월드비전 옹호&시민참여팀장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또 아이의 감정이 하루에도 얼마나 많이 바뀌는지 잘 알 것이다. 기쁨과 즐거움, 슬픔, 분노, 두려움, 불안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적절히 표현한다면 아이는 잘 자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두려움, 슬픔,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강도 높게 지속적으로 겪는 상황이라면 아이가 아닌 누구라도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전쟁은 아이들에게 집과 학교를 떠나야 하는 물리적 어려움을 줄 뿐 아니라 가족, 친구 등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자신의 생명까지 위협을 느끼는 일상을 오랜 시간 경험하게 한다. 폭격의 두려움, 상실의 슬픔, 내일에 대한 불안이 일상이 되어버린 아이들. 이런 감정들이 켜켜이 쌓여 아이들의 마음속에 트라우마로 자리잡고 있다. 게다가 지난 1년 반 동안 전쟁과 팬데믹으로 중첩적인 재난과 고립을 경험하는 아이들의 정신적 고통은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고스란히 아이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되었다.

최근 월드비전이 ‘워 차일드’(War Child)와 함께 발간한 조사보고서 ‘팬데믹이 아프리카 및 중동 지역의 전쟁 난민 아동의 정신건강에 미친 영향’에 따르면 57%의 아동이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불안과 봉쇄조치로 인한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심리사회적 지원을 필요로 했다. 이는 팬데믹 이전 22%였던 것에 비하면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걱정스러운 부분은 다수의 아동이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아동의 정서적 안정감은 부모의 존재에서 기인하지만 아이들의 다수는 전쟁 속에서 부모를 잃었다. 부모가 있더라도 낯선 곳에서의 불안정과 팬데믹까지 겹쳐 극심한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견디는 부모의 고통은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해지기 마련이어서 위 조사는 예견된 결과다.

세계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또다시 코로나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난민촌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이들은 이동제한으로 학습과 놀이 공백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으며, 학대의 위험까지 증가하고 있다. 전쟁의 트라우마를 회복할 새도 없이 고립이 주는 또 다른 두려움에 아이들의 마음은 회복의 시간을 잃어가고 있다.

국제사회는 오랫동안 난민들과 실향민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을 이어오고 있지만 당장 생존에 필요한 식량, 식수와 위생 지원에 밀려 정신보건과 심리정서 지원은 그 필요성조차 공감받지 못하고 있다. 보건 분야 인도적 지원 전체 예산 중 정신보건 비중은 1%도 안 된다. 전쟁과 폭력에 장기간 노출된 아동은 특별하고 세심한 보호가 필요하다. 보이지 않는다고, 아이들이 말하지 않는다고 간과한다면 우리는 너무 많은 아이들의 웃음을 놓치게 될 것이다.

난민이 되기를 선택한 아이는 한명도 없다. 평화로운 어린 시절을 빼앗기고 무력 분쟁과 폭력에 노출되어 육체적, 정신적,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난민 아동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과 지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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