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김성진ㅣ변호사·경기도 일산대교TF 단장
잘못 끼운 첫 단추가 있다. 일산대교 얘기다.
한강 다리 25개 중 일산대교만 돈을 내야 한다. 일산대교를 건너는 차는 최소 1200원을 내야 한다. 국민은 유료로 해서는 안 되는 도로에 13년이 되도록 돈을 내어왔고, 이대로 가면 앞으로도 17년을 더 내야 한다. 그냥 불공평하다는 문제가 아니다. 유료도로법 위반 상태가 방치되고 있다.
도로는 무료가 원칙이다. 도로는 사람의 이동권이라는 기본권을 실현하는 수단이 된다. 국민의 이동권 보장은 국가의 의무다. 국가가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도로는 무료로 제공되어야 한다. 국민은 세금을 납부하고, 국가는 세금을 가지고 도로와 같은 공공재를 공급한다. 국민이 이미 낸 돈으로 건설되기에 무료다. 사람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도로는 애초에 민간부문이 나설 유인이 없으므로 공공이 무료로 공급하는 것이 맞다.
무료도로 원칙에도 예외가 있다.
고속도로는 유료도로다. 독일의 아우토반이나 미국의 프리웨이는 무료지만 우리 고속도로는 유료다. 아쉽지만 고속도로같이 특별한 경우 유료로 해도 된다는 법률이 있다. 유료도로법이다. 이 법에 따라 돈을 받아도 되는 도로는, 첫째 통행자가 그 도로 통행으로 현저히 이익을 얻을 수 있어야 하고, 둘째 돈 내지 않고도 갈 수 있는 다른 대체 도로가 있어서 선택 가능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고속도로는 국도로 갈 때보다 고속으로 편하게 갈 수 있다는 점에서 현저한 이익이 있고, 나란히 뻗은 국도를 이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대체도로도 있다. 고속도로는 돈을 받아도 된다.
일산대교는 고속도로가 아니라 지방도다.
일산대교는 한강 가장 하류에 있는 다리로 주로 김포, 고양, 파주 200만 주민이 출퇴근이나 일상 용무를 위해 오가는 지역 내 도로다. 강남구민이 이태원으로 밥 먹으러 갈 때 한남대교를 이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포시민이 킨텍스로 갈 때 일산대교를 건너가는 것이 강남구민이 한남대교를 건널 때와 다를 것이 없다. 현저한 이익을 얻는 것이 아니다. 일산대교 통행료 1200원을 아끼려면 8.1㎞ 떨어진 김포대교를 이용해야 한다. 김포대교까지는 서울시 내 한강다리 사이 평균거리인 1.6㎞보다 5배가 멀다. 기름값이 통행료보다 더 들 수 있다. 돌아가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1200원을 내고 일산대교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도로가 있어서 일산대교를 통행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아니다. 대체도로 선택 가능성이 없다. 결국 일산대교는 유료도로법상 돈을 받아서는 안 되는 도로가 맞다.
애초부터 일산대교는 무료도로여야 했다. 잘못 끼운 단추는 처음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국민들의 계속된 민원에 경기도는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는 것을 인식하고 일산대교 무료화를 추진해왔다. 주권자의 대리인으로서 당연한 행보다. 일산대교의 운영권은 10여년 전 민간자본으로부터 국민연금이 넘겨받았다. 다행이다. 국민연금은 민간자본이 아니기에 위법을 바로잡는 합의에 이르기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일산대교 무료화는 국민연금법에 명시된 투자 원칙인 ‘이에스지’(ESG) 중 ‘에스’(S), 즉 지역사회와의 공존에 그대로 부합한다. 그렇다고 국민연금에 일산대교를 공짜로 넘기라고 할 수는 없다. 경기도가 일산대교를 넘겨받아 무료화하되, 경기도가 국민연금에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는 것이 답이다. 경기도가 일산대교 인수에 나서고 국민연금이 이에 반대하지 않는 것이 먼저다. 만일 경기도와 국민연금 사이에 정당한 가격이 얼마인지 입장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법원과 같이 공정한 제3자의 판단에 맡기면 된다. 공공부문 사이에서 얼마를 더 주고받을 것인가를 가지고 싸우면 몇년이 걸려도 인수와 무료화는 불가능하다. 우선적인 무료화 없이 인수 금액 다툼으로 시간을 끌면 끌수록 그만큼 국민들의 직접적인 부담은 늘어만 간다.
경기도와 국민연금은 알아야 한다. 당장이라도 무료화하지 않고 인수 가격만을 다투며 시간을 끄는 것은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도 국민은 내서는 안 될 돈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내고 있다.
잘못된 단추를 바로 끼우는 것은 공공부문 모두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