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박선아|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2019년부터 시작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펀드’(DLF·디엘에프), 라임,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피해구제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금융감독원이 금융 분쟁 최초로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및 선 보상 후 사후정산 원칙 등을 적용하여 신속하게 피해구제가 이루어진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초대형 사모펀드 금융 사고 발생의 원인과 책임을 둘러싸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사모펀드 감독 책임과 관련하여 감사원은 지난 7월 금감원 직원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한 바 있으며, 일각에서는 국회가 금감원을 직접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한편 최근 디엘에프 행정소송 1심 재판부는 법적 근거 미비로 판매사 경영진에 대한 중징계는 어렵지만 디엘에프 판매 과정에서 내부통제 기준 위반 및 의사결정 시 조직적 부당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감독기관의 감독 부실 모두 사모펀드 사태 발생에 일조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사모펀드 사태와 같은 금융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무엇이 근본 원인이었는지 보다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감사원이 지적한 금감원의 감독 소홀이 없었다면 사모펀드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까? 피해는 줄었을 수 있지만 발생 자체를 막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모펀드 사태를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이는 사모펀드 환매 연기·중단 추이를 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펀드 환매 연기·중단은 1건도 없었으나 2018년 10건, 2019년 187건, 2020년 253건으로 갑자기 늘었다. 2015년 사모펀드 규제 완화 이후 설정된 부실한 펀드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환매 연기·중단이 대량으로 발생한 것이다.
사모펀드 사태의 주된 원인은 규제 완화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데 있다. 당시 금융위원회 보도자료를 보면 규제 완화를 통한 자본시장 활성화 등 장밋빛 전망만 있지 감독 강화 조치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결국, 족쇄 풀린 시장에서 금융회사들이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여 대규모의 소비자 피해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사모펀드 피해가 확산되자, 완화했던 규제를 다시금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규를 개정한 것이 제도적 문제가 핵심이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따라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국회의 금감원 직접 통제와 금감원의 제재 권한 축소는 사모펀드 사태와 같은 대규모 소비자 피해의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독립성 확보가 중요한 감독기구가 국회의 예산 및 인력 통제를 받을 경우 오히려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둘리게 될 우려가 크며, 국외에서도 국회가 감독기구를 직접 통제하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
이제는 사모펀드 사태의 본질을 올바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이 규제 완화와 함께 부작용 방지를 위한 적절한 보완 장치가 마련되지 못한 것이 현행 금융감독 체계의 구조적 문제에 있다고 지적한다. 형식적으로 금융정책은 금융위, 금융감독은 금감원이 수행한다지만 실질적으로 금감원은 금융감독 관련 법규 제정 권한도 없다. 예산 및 인력을 포함하여 모든 업무에 대해 금융위의 지도와 감독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감독 정책과 금융감독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해 국회 입법조사처도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며 실질적인 금융정책 수립과 금융감독의 분리를 통해 감독기관의 독립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고 감독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근시안적 미봉책으로는 제2의 사모펀드 사태를 막을 수 없다. 국회, 금융회사, 감독기관 모두 각자의 이해관계를 떠나 금융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