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가을이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인터넷 검색으로 많은 정보를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어 종이책의 효용성이 감소되는 면이 있지만 독서의 가치는 여전하다. 독서는 뇌를 발달시키고 창의성을 높이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활동이다. 지식을 습득하고 공감과 위안도 얻을 수 있다.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몇 세기 동안의 가장 훌륭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2019년 국민 독서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성인 남녀 중 44%는 연간 책을 한권도 읽지 않으며, 1인당 평균 독서 권수는 9권 정도로 조사되었다. 미국의 독서율이 70%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부끄러운 수치다.
대학도서관을 제외한 지방자치단체나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전국의 공공도서관은 1000개소가 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책 대출과 반납도 기계화되어 편리하게 할 수 있다. 다른 도서관에 소장된 책도 상호대차 제도를 이용하여 빌려 볼 수 있고, 필요하면 신간 도서 구입도 신청할 수 있다. 방문이 어려우면 비대면으로 전자자료를 열람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독서 환경 개선에도 불구하고, 비양심적이고 부족한 시민의식 탓에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장서 훼손의 사례가 계속 발견되고 있다. 도서관 책은 여러 사람이 함께 오랫동안 봐야 하는 것임을 누구나 알고 있는데도, 곳곳에 밑줄을 긋고 여백에 메모나 낙서를 해두는 오로지 자기 편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행동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기껏해야 2~3주 후면 반납할 책에 메모는 누굴 위해서 하는 것일까? 관심이 있거나 필요한 부분은 다른 노트에 별도로 정리해두어야 나중에 잊지 않고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이 예뻤는지 삽화가 있는 페이지는 찢겨진 경우도 더러 있다. 훼손 방지를 당부하는 스티커가 흔히 책 안쪽에 부착되어 있어도 큰 효과는 없는 것 같다. 커피 자국처럼 음료수를 부주의로 흘려서 책장이 쭈글쭈글해진 부분도 있고, 책을 펼칠 때 함부로 다뤄서 구겨지거나 손상된 곳도 흔히 발견된다.
물론 대학도서관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이다. 게다가 대출 빈도가 잦은 교재류는 낙서가 수도 없이 많고 빈번한 복사로 인하여 표지가 떨어지거나 제본이 파손된 책들이 있으며 신속하게 복구가 되지 않아 낱장이 사라진 경우도 적지 않다. 제본용 접착제가 부실하여 표지가 제대로 붙어 있지 않은 것들도 많이 보인다.
대면 반납 시 일일이 훼손 여부를 확인하기도 쉽지 않고, 무인반납기계에서 훼손 도서를 발견해도 직전 이용객이 자기가 안 했다고 주장하면 대응할 방법이 없다. 내 것이 아니라고 함부로 다루며 아무런 생각 없이 훼손하는 경우가 없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마치 공공시설물에 낙서를 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경우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남의 물건을 빌려 함부로 사용하다가 흠집을 내거나 못쓰게 만드는 것과도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재구입으로 예산이 낭비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식, 공공자산을 소중히 여기는 성숙된 시민의식이 아쉽기만 하다.
김성일|전 강릉원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