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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의 중요성

등록 2021-09-29 18:11수정 2021-09-30 02:31

[왜냐면] 최종문|외교부 제2차관

코로나19 팬데믹이 벌써 1년 반을 넘어섰다. 그동안 우리 삶도 바뀌었다. 코로나 이전의 소소한 일상마저 이제는 낯설게 다가온다. 포스트 코로나, 우리는 과연 어떤 세상을 마주할지 전망하기가 쉬워 보이지 않는다.

사실 팬데믹은 세계화의 한 단면이다. 세계가 하나로 긴밀하게 연결된 만큼 감염병도 국경을 넘어 전파되기 때문이다. 헨리 키신저는 코로나19가 단절과 고립의 중세 ‘성곽도시’(wall city)를 부활시킬지도 모른다고 하였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는 ‘모두가 안전해질 때까지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는 말처럼 인류 차원의 연대와 협력 필요성을 일깨워주었다. 많은 인구가 밀집한 동북아 지역은 더더욱 그러하다. 활발한 인적·물적 흐름을 타고 바이러스도 함께 전파된다. 특히, 한반도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남북한은 분단의 현실 속에서도 생명공동체와 다름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 구상을 제안하였다. 동북아 역내 신종 감염병 등 미래의 위협에 초국경적인 공동 대응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 북한의 참여를 통해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정을 굳건히 지키고자 하는 기대도 담고 있다.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는 지난해 12월 우리나라의 주도로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 외교보건 당국자가 참석하는 회의로 출범하였다. 우리 쪽 제안 이후 짧은 기간 내 참여국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협력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함께 인식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모두 네차례 회의를 거치면서 협력체는 구체적인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했고, 참석 단위도 국장급으로 격상되었다.

현재 협력체는 세가지 핵심 사업을 논의 중이다. 의료·방역 물품을 공동으로 비축하여 필요한 국가에 지원하는 것, 코로나19 대응인력 공동 교육훈련을 통해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 국가 간 필수 인력·물자 이동을 지원하는 신속통로 절차를 마련하는 것 등이다. 지난달 몽골은 의료·방역 물품 공동 비축제 시범 가동을 통해 30만달러 규모의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지원받았다.

협력체는 보건·안보에 특화된 역내 유일의 소다자 협의 기구로서 꾸준히 발전해 나가고 있다.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지구공동체 시대’를 맞아 한국이 이 협력체 등을 통해 코로나19 공동 극복을 위한 연대와 협력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남북 역시 힘을 모아나가야 한다고 촉구하였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지난달 ‘한반도 국제평화포럼’ 특별 메시지를 통해 협력체 활동에 큰 기대감을 표명하였다.

최선의 치료는 예방이라는 말이 있다. 외교 역시 그러하다. 우리는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미래의 팬데믹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 세계화로 연결된 세상이 멈추지 않는 한, 새로운 팬데믹은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다. 역내 감염병 리스크에 대한 조기 경보체제를 갖추고 정보를 신속히 공유하여, 공동의 대비태세를 구축하는 예방외교가 절실하다. 우리 정부는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를 역내 예방외교를 선도하는 구심점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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