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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씨감자 한 알에 담긴 희망

등록 2021-10-13 17:53수정 2021-10-13 18:50

[왜냐면] 나혜진|월드비전 국제개발사업2팀 간사

얼마 전 한 끼를 금식하는 시간이 있었다. 점심 한끼 안 먹었다고 모든 힘이 쭉 빠져서 머릿속이 텅텅 빈 느낌이었다. 우리의 일상에서 당연하게 소비하고 있는 음식이 사라지는 순간, 얼마나 큰 타격을 받는지 겪어본 사람들은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견디기 힘든 배고픔과 기아가 일상이 되어버린 사람들이 있다. 본인의 의지가 아닌데도 말이다.

2019년부터 2년3개월간 파견근무를 했던 에티오피아도 식량부족으로 고통받는 나라 중 하나이다. 과거 대기근으로 수백만명이 숨졌고, 최근에는 기후변화와 코로나19로 인해 식량부족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월드비전 연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식량 가격 인상의 영향은 에티오피아와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가장 극심하며, 식량부족으로 제일 고통받는 것은 안타깝게도 아동들이다. 영양실조로 인해 병이나 죽음에 가장 취약한 것도 아동이다.

이러한 식량부족과 빈곤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월드비전에서는 씨감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고산지대가 많은 에티오피아에서 영양가가 풍부하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감자는 식량안보에 중요한 작물이지만 재배기술 낙후와 질 좋은 씨감자 보급의 어려움으로 생산성은 다른 아프리카에 비해 낮다.

씨감자 프로젝트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지 않으면서 질이 좋아 많은 생산량을 얻을 수 있는 ‘무병 씨감자’를 공급하고 재배기술을 전수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프로젝트 참여 조합들의 씨감자 판매 소득 증가와 자립을 목표로 한다. 감사하게도 약 3년 반 동안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 대부분의 조합이 목표했던 씨감자 생산량을 달성해 판매 소득 증대를 이루었고, 지속적인 조합 활동을 다짐하는 등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많은 조합원이 씨감자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삶의 긍정적인 변화도 경험했다고 평가했다. 내 손으로 얻은 감자로 삼시 세끼 걱정 없이 아이들을 먹일 수 있게 되었고, 씨감자를 판매해 얻은 소득으로 아이들 대학도 보낼 것이라며 눈을 반짝이며 얘기하던 아주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조합들이기에 조합원들이 만족할 만한 소득 증대를 이루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요하겠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손으로 얻은 식량과 소득으로 희망을 얻고 꿈을 이야기하는 조합원들을 보며 나도 함께 희망의 꿈을 꿀 수 있었다.

단순히 퍼주기만 하는 원조를 ‘죽은 원조’라고 한다. 반면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가 가진 기술과 자원을 지원하여 그들이 자립하고 희망을 꿈꿀 수 있게 한다면, 그런 원조는 서로를 살아가게 하는 ‘살리는 원조’가 된다. 우리도 그 안에서 삶의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는 16일 ‘세계 식량의 날’을 맞아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식량부족으로 죽어가는 이웃의 삶을 살리는 원조에 관심을 갖고 동참해보면 어떨까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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