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이정 l 민주노총 건설노조 군산항만분회장
밤 12시까지만 일하게 해달라고 했다. 새벽 3시30분까지 일하는 건 없애달라는 것이다. 하루 2시간도 못 자고 5일, 6일 연속으로 철야를 했다. 하루 이틀은 버티겠는데 3~4일째가 되면 머리가 멍해진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 게 머리로도 느껴진다. 몸에 안 좋다는 걸 알지만, 말할 수가 없었다. “차 빼요. 일하기 싫으면.” 사쪽의 반응이 뻔했다.
2011년 30대에 일을 시작해 이제 10년차인 필자는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전북건설기계지부 군산지회 항만분회장이다. 작년에 지입회사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을 결성한 후, 지금은 밤 12시까지 하루 14시간 일을 하고 있다.
전북 군산항 주변을 둘러싸고 공장들이 들어서 있다. 이 공장들이 화물의 주인, 화주다. 화주가 군산항에 있는 씨제이(CJ)대한통운 같은 5개 하역사와 화물운송 계약을 맺는다. 그런데 이들 하역사는 운송장비가 없으니 지입사와 별도의 장비임대 및 운송 계약을 맺는다. 군산항만에서 굴착기로 화물을 옮기는 노동자들은 이들 지입사와 임대차계약을 맺고 일하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다. 창고나 배 안의 곡물이나 화학약품 등을 퍼내거나 쌓는 일을 한다. 야간 노동보다 더 심각한 건 장시간 온갖 유해먼지를 흡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다회라는 화학물질이 있다. 굴착기 버킷으로 퍼서 옮길 때 먼지가 무척 날린다. 그걸 나르고 손을 씻으면 미끈거린다. 어떤 노동자는 두드러기가 난다고 도저히 못 하겠다고 한다. 운반물 중엔 진폐증이나 규폐증을 일으켜 주의를 요하는 것들도 있다. 필자는 유해물질 흡입을 방지하기 위해 650원짜리 마스크를 지급해달라고 요구했다. 씨제이대한통운 등 원청 사업주의 산업안전보건 역할을 다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그런 와중에 필자는 지난 7월2일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필자와 임대차계약을 맺고 있는 지입회사는 ‘큰물에서 놀기 바란다. 놓아주겠다’고 비아냥댔다.
필자는 원직 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다. 필자에 대한 해고는 노조가 없던 시절로 시계를 되돌리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처럼 일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우드펠릿을 나를 때는 나무 분진이 발생하는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고, 작은 불꽃에도 화재가 발생한다. 실제 장비 전소 사고가 왕왕 발생한다. 이런 사고는 모두 안전관리감독자 없이 벌어지고 있다. 노동조합이 설립되기 전에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라는 이유로 보상 한푼 못 받고, 오롯이 자기 돈을 들여가며 수천만원짜리 장비를 폐차 처리했다. 노동조합은 보상과, 더 나아가 화재 예방 등을 위해 우드펠릿 교체를 요구했다. 실제 몇달간 깨끗한 우드펠릿이 들어오기도 했다. 지금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다시 먼지 풀풀 날리는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노동환경이 됐다. 하루 14시간 노동 역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선후배 동료들이 하루 2시간도 못 자고 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필자는 복직 투쟁에 나서고 있다. 이제 4개월째가 돼가는데 씨제이대한통운과 지입회사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필자한테 계약해지를 통보한 지입회사에 묻고 싶다. 해고의 진짜 이유가 뭔가. 씨제이대한통운에 묻고 싶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옇게 먼지가 뒤덮인 곳에서 일하는데 왜 마스크를 주지 않는가. 국가에 묻고 싶다. 야근수당, 휴일수당은커녕 제대로 된 안전시스템 없이 5~6일 철야 노동으로 노동자의 목숨줄이 조여오는 동안, 국가는 어디에 있었나. 모든 것이 특수고용노동자이기 때문인가.
이게 노동존중이고, 이게 나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