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왜냐면

‘정의로운 전환’에 주목해야 할 때

등록 2021-11-15 17:55수정 2021-11-16 02:03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각)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각)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황덕순ㅣ한국노동연구원 원장

지구 공동체의 기후위기 대응으로 2015년 파리협정에서 지구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는 목표가 채택되었다. 우리나라 역시 국제적인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최근 몇년간 감축목표를 빠르게 높여왔다. 올해 9월에 제정된 탄소중립기본법에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35% 이상(2018년 대비) 줄이도록 명시하였고 지난달에는 탄소중립위원회를 거쳐 40%를 감축하는 방안을 확정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글래스고에서 열린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하여 우리나라의 새로운 감축목표를 국제사회에 발표하였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기후위기 대응 논의는 탄소중립위원회 등 공론장에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얼마나 높일 것인지에 집중되어왔다. 이제 구체적인 이행 방안과 ‘정의로운 전환’으로 논의의 초점을 옮겨야 한다. 화석연료에 기반한 생산, 분배, 소비 구조 전체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산업과 일자리에 큰 영향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석탄발전과 자동차 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탈탄소화의 영향도 이들 부문이 집중된 지역을 중심으로 먼저 나타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의 대응 성과에 따라 고용 영향이 달라질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혁신에 빠르게 성공한다면 충격을 흡수할 수 있으나 실패하면 산업경쟁력이 약화되고 고용충격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정의로운 전환과 관련해서 2018년에 열린 24차 당사국총회(COP24)에서는 ‘연대와 정의로운 전환에 관한 실레지아 선언’을 채택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노동력의 정의로운 전환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효과적이고 포용적인 전환에서 핵심적이며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가 중요하다.

정의로운 전환을 뒷받침하려면 중앙·산업·지역 등 여러 차원의 사회적 대화에 노사를 비롯한 이해당사자와 중앙 및 지방 정부가 참여하여 경제·산업·에너지·고용·복지·지역정책을 폭넓게 논의해야 한다. 현재 탄소중립위원회에는 정의로운 전환 분과위원회가 있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관련 연구회를 운영 중이다. 탈석탄의 영향이 큰 충남에서도 정의로운 전환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사회적 대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어떻게 할지 가닥을 잡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사회적 대화를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 고려해야 할 점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우선 조기에 성과를 내려고 서두르기보다 사회적 대화 체계와 의제를 정하는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피해가 집중될 것으로 우려되는 비정규직 및 하청 노동자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참여주체들이 서로 이해를 같이하는 부분을 넓히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각 부문의 구체적인 이행 전략 및 수단에 따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신뢰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변화가 장기에 걸쳐 나타나고 탈탄소화를 위해 기술과 생산방식도 바뀌기 때문에 표준적인 경제학적 분석만으로는 고용 영향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현장에서 실제로 진행되는 변화와 향후 전망에 대한 질적인 분석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참여주체들이 생각하는 탈탄소화의 속도 및 수단, 새로운 사회의 미래상이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이 차이는 쉽게 바뀌기 어려운 제약조건이다. 따라서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들과 그 영향, 이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 패키지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