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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주 4일제, ‘남는 하루’는 학습일로

등록 2021-11-17 18:13수정 2021-11-18 02:32

[왜냐면] 이상호|한국폴리텍2대학 학장

얼마 전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주 4일 근무제를 대선공약 1호로 발표했다.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장기적인 국가 과제이지만 4차 산업혁명에 맞춰 가급적 빨리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힘을 실어주면서 주 4일 근무가 이번 대선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일부 기업에서 시험적인 형태로 운영되던 주 4일 근무를 현실적인 논의로 발전시킨 계기는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 팬데믹이다. 지난 2년 동안 비대면 생활을 통해 예외적 상황으로 간주되었던 화상회의, 재택근무, 유연근무제, 거점 오피스 활용 등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많은 기업이 노동시간 단축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시간 유연성을 확보하고 업무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개발하고 있다. 시간 주권이 보장된다면 추가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수용하겠다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

그러나 주 4일 근무에 대한 반대 또한 만만찮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는 안 그래도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기업 운영이 어려운데, 인건비 상승과 가동률 축소를 유발하는 노동시간 추가 감축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노동계의 입장은 애매하다. 조건부 찬성이라는 이름으로 임금보전이 되는 주 4일 근무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한마디로 줄어드는 노동시간에 대한 임금을 지급해달라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주 4일 근무제의 민감한 쟁점이 숨어 있다. 노동시간 단축은 과로노동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줄어드는 노동시간에 대해 아무런 보완조치 없이 임금을 보전해주는 순간, 비용상승에 따른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노동시간 단축이 사회적 쟁점이 될 때마다 임금보전 방안을 둘러싸고 노사의 대립과 함께 사회적 갈등이 불거지곤 했다.

물론 타협 지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생산성을 높이고 그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임금을 추가적으로 지급하면 된다. 그러나 이 또한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필요 인력의 감소를 유발하기에 고용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소위 ‘비용중립적인’ 노동시간 단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신규채용 감소라는 사회적 외부 효과를 피할 수 없다.

주 4일 근무제 도입으로 인한 노동시간 단축이 긍정적인 사회적 효과로 이어지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주 4일 근무로 인해 생기는 휴일을 ‘놀금’으로 만들지 말고 ‘학습일’로 정하자고 제안한다. 줄어든 노동시간을 여가시간으로 돌릴 게 아니라, 노동자가 직업교육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학습바우처를 지급한다면 사회적인 차원에서 긍정적인 외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주당 10시간에 이르는 실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해 발생하는 기업의 비용상승 부담을 줄이고 임금손실에 대한 노동자의 저항도 완화하면서 교육훈련을 통한 인적 자본 투자의 효과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주 4일 근무에 따른 노동시간 단축은 노사정의 비용 분담을 실현하는 동시에 고용창출이라는 사회적 편익도 만들어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고 산업대전환이 가시화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주 4일 근무제의 정책조합은 노동시간 단축만으로는 부족하다. 노동자의 직업교육 훈련, 더 나아가 생애주기에 조응하는 전국민 학습바우처의 제도화를 통해 노동시간 단축의 사회적 충격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고용역량을 높이면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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