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최영은 | 건국대 지리학과 교수
올겨울은 라니냐의 영향으로 평년보다 추울 것이라고 한다. 또한, 태양 활동이 약해지면서 근세 유럽의 소빙기와 같은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연구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전례 없는 속도로 진행되는 기후위기를 멈출 수는 없다. 세계 인구의 약 50%가 도시에 살고, 이들은 온실가스의 약 75%를 배출한다. 이는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여서 현재의 기후위기를 초래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여름이 견디기 힘들게 무더운데, 여기에 인위적인 지구온난화와 도시 열섬이 더해져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최근에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발생 빈도는 낮지만, 피해는 치명적인 극한 고온 현상’이 더 자주 발생할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대기 중에 인위적으로 배출된 온실가스 농도가 증가하여 나타난다. 도시 열섬은 조금 더 복잡하여 다음의 세가지 원인으로 발달한다. 첫번째,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같은 도시 피복은 녹지보다 반사도가 낮아서 더 많은 에너지를 흡수한다. 거기에 더하여 건물이 높아지고, 밀집도가 커지면서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는 표면적은 더 넓어진다. 두번째로 도시에서는 녹지 면적이 작아서 토양 수분을 저장할 공간이 부족하다. 토양 수분은 수증기로 증발하면서 주변의 열을 흡수하지만, 건조한 도시의 대기에서는 이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도시는 비도시 지역에 비하여 인공적으로 방출되는 열이 많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 자동차, 냉난방기기는 다량의 열을 방출한다.
서울과 인접한 양평은 도시 피복의 비율이 훨씬 낮다. 낮 최고기온은 비슷한 양상으로 발달하여 두 도시 간 차이가 비교적 작다. 하지만 밤이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서울은 높고 조밀한 건물로 인해서 공기 순환이 원활하지 않고, 낮에 저장되었던 열이 방출되며 온도가 양평보다 높게 나타난다. 양평은 최고기온이 33℃가 넘는 폭염이 찾아와도 보통 열대야로 이어지지 않는다. 반면, 서울은 한낮의 폭염이 야간의 열대야로 이어지고, 그다음 날에 폭염의 강도가 커진다. 최근 10년(2011~2020년) 동안에 서울과 양평의 연평균 폭염일수는 각각 12.8일과 15.7일로 그 차이가 작지만, 열대야 일수는 각각 15.6일과 5.6일로 서울이 약 세배 많다.
이와 같은 이유로 주변 지역보다 서울, 대전, 대구, 광주, 부산 등 대도시에서 기온이 더 높게 나타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아열대 기후형은 제주도 해안과 남해안을 따라 좁게 나타난다. 그러나 미래 온난화 시나리오에서 아열대 기후형은 북상하는데, 이런 변화는 도시에서 더 빠르게 일어난다. 대표농도경로8.5(RCP8.5) 시나리오에 따르면 2100년에 우리나라 광역시는 모두 아열대 기후형으로 바뀐다.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상당히 실현되는 경우’를 상정한 RCP4.5 시나리오에서도 서울, 대구, 광주가 아열대 기후형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의 일상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이는 단지 도시의 문제가 아니라 전지구의 문제이고 우리 후세가 떠안게 될 문제임이 분명하다. 우리의 인식 개선과 더불어 초국가적 대응이 시급한 상황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