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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서울 일자리, 지방으로 옮겨야 하는 이유

등록 2021-12-20 18:28수정 2021-12-21 02:31

[왜냐면] 장용창 | 경남대 행정학과 겸임교수

이 글을 쓰려고 부동산 실거래가 검색을 해봤어요. 2021년 10월에 서울의 어느 25평짜리 아파트는 약 32억원에 거래되었고, 같은 기간 경남 통영의 같은 크기 아파트는 약 3억2천만원에 거래되었더군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많은 정책들이 시도되거나 제안되고 있는데요, 지난 몇년간 별로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서 수도권 인구 분산 정책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서울에 살고 싶어서 몰려드니까 서울과 그 주변의 집값이 올라가는 것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서울 집값을 잡으려면, 사람들이 서울 말고 지방에 살고 싶도록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왜 사람들은 서울에 살고 싶어 할까요? 바로 일자리입니다. 좋은 일자리가 서울에 몰려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구인광고를 검색해봤더니 공인회계사의 일자리 중 약 95%는 경기도도 인천도 아닌, 오직 서울에 있더군요. 공인회계사들은 주로 대기업이나 상장회사를 상대로 일하기 때문에, 공인회계사의 일자리가 서울에 주로 있다는 것은, 좋은 일자리의 대부분이 서울에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될 것 같습니다. 자, 그러니 서울 집값을 잡고 지방 소멸을 막는 핵심 방법은 서울의 기업들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고, 어느 지역에서 기업 활동을 할지는 기업들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헌법에 정해진 권리인데, 어떻게 우리가 서울의 기업들을 지방으로 보낼 수 있을까요? 강제로 보내는 것은 힘들겠지만, 유인책을 이용해서 권고할 수는 있습니다. 바로 세금과 재정 지출이라는 양쪽 측면을 모두 활용하는 것입니다.

첫째,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두배로 내도록 하는 서울특별세법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둘째, 정부가 기업에 지원하는 재정 지원을 서울이 아닌 지방에 있는 기업에만 줄 수도 있습니다. 기업들 중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곳이 상당히 많습니다. 공기업은 물론 대학교도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많이 받습니다. 또한 언론사에는 정부가 광고비를 지출합니다. 이러한 정부의 재정 지출을 앞으로 계속해서, 서울이 아닌 지방에 있는 기업(기관 혹은 대학)에만 하겠다고 정부가 약속하면 됩니다. 이런 약속 또한 서울특별세법에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셋째, 기업의 지방 이전을 정부부터 선도하기 위해 국회, 청와대, 대법원과 대검찰청 등 정부 기관들을 지방으로 이전할 수 있습니다.

저의 이 글을 받아줄 언론사가 거의 없을 것 같아 걱정됩니다. 언론사조차 서울 집중으로 이득을 본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서울의 25평 아파트 가격이 32억원이면, 한달 이자비용만 1300만원 선입니다(이자율 5%일 때). 서울 사람들이 월급을 아무리 많이 받아도 그냥 주거비용으로 쓰고 나면 끝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서울 집값이 기형적으로 높은 상태에선 서울 사람들도 행복하기 어렵습니다.

대선이 다가오며 지방자치단체들이 후보, 정당 등에 지역의 숙원사업을 공약해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그 총액이 거의 600조원이나 된다는 <한겨레>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 숙원사업의 대부분이 도로 등 기반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인데요, 그런 사업들은 해봐야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힘듭니다. 그 엄청난 돈으로 정말 지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요? 서울의 기업과 일자리를 지방으로 옮김으로써 국토 균형 발전을 이루는 것에 우리 국민 모두가 관심을 더 두고, 새로운 해법에 대한 상상을 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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