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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3대 안전망과 발상의 전환

등록 2021-12-22 18:13수정 2021-12-22 18:54

현 정부 5년의 회고와 미래를 위한 제언

[왜냐면] 이근 |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서울대 교수

지난 20일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지난 5년의 회고와 미래에 대한 논의를 하였다. 현 정부의 공과에 대한 여러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국민을 위한 안전망 구축을 위해 노력한 정부라고 볼 수 있다. 애초에 여러 국정 목표를 제시하였지만, 코로나 및 미-중 갈등이라는 위기에 대응하다 보니 결국 남은 것은 아래의 세가지 안전망이 아닌가 한다.

첫째는 사회 안전망이다. 문재인 정부는 초기부터 기초생활보장 확대 등을 통한 빈곤 사각지대 해소, 의료보험 3대 비급여항목 축소를 통한 의료 사각지대 해소, 전 국민 고용보험 확대와 국민취업제도 개선을 통한 고용 사각지대 해소 등 사회 안전망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물론 주거 안전망에 대해선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상황이다.

둘째는 공급(GVC) 안전망이다. 2019년 여름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여, 8월8일 대통령 주재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는 적극적인 대응을 대내외에 천명하였다. 이어 각종 조치로 핵심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의 자립도가 단기간에 향상되었다. 이러한 소부장 분야의 성과로 인한 자신감이 디지털공장 확대, 수소경제 추진 등 한국형 뉴딜로 이어졌다.

셋째는 외교 안전망이다. 2019년 9월 문 대통령은 역대 최초로 아시안 10개국을 모두 방문한 데 이어 ‘신남방정책 플러스’를 추진하였다. 이는 미-중 갈등 속에서 같이 어려움을 겪는 동남아 지역과 연대를 강화하고, 글로벌 공급망 개편 과정에서 파트너를 다원화하는 의미가 있다. 현 정부는 중국 편향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으나,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안미경미’(안보도, 경제도 미국)로 선회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균형을 잡았다.

최근 한-오스트레일리아 정상회담에서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과 함께 남중국해에서의 항행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균형 잡힌 메시지를 내었다. 이는 외교적 안전망은 특정 강대국 편에 서는 것에 의해서가 아니라, 가치(올림픽 정신)와 원칙(항행 자율성)에 입각할 때 생긴다는 한국 외교의 방향성을 보여주었다. 국민경제자문회의도 지난 10월14일 아세안 주요국과 함께 ‘아시아 경제정책자문기구 협의회’를 창설하였다.

현 정부가 추진한 3대 안전망은, 코로나 상황에서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기여했다. 차기 정부는 3대 안전망을 기반으로 잠재성장률을 높여, 한국 경제를 선도형 경제로 승급시켜야 할 것이다. 하락 추세인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것은 생산의 두 요소인 자본과 노동의 투입을 늘리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런데 전자 방식은 자본이 일하는 데 좋은 환경을 만들어 투자가 많이 되게 하거나 자본 투입 비용을 낮추는 것인데, 그동안 한계를 드러냈다. 발상의 전환을 한다면, 이제 어떻게 하면 노동이 다른 걱정 없이 열심히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노동 투입 비용을 기업의 부담으로부터 사회화하고 낮추어줄 것인가를 모색하는 것이다.

선진국 중 잠재성장률을 상승 반전시킨 사례로 꼽히는 독일의 경우도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 주효했다. 즉 노동의 역량 강화와 활용을 높이는 노동시장 개혁이다. 출산·보육·육아·교육 등 사회서비스 확충을 통해 국민이 이런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이런 비용이 사회화된다면, 이것은 간접적인 기업 부담의 완화이고 임금 상승 압력을 완화해준다.

기업인들도 이런 정책은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이런 사회서비스는 그 자체가 일자리 창출인 동시에 여성의 고용률을 높여준다. 여성 고용률을 유럽 수준으로 높이기만 해도 성장률이 0.5%포인트 이상 늘어날 것이다.

근본적으로 노동시장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사회 안전망을 기반으로 노동시장 유연성을 제고하는 유연안정성(flexicurity)이 필요하다. 기존 노동력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훈련 고도화도 필요하다. 중·고등학교 위주로 지원되는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이 청년 및 대학생의 교육·훈련 강화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예산상의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 즉 취업 준비 비용의 사회화이다. 또한 10년 동안의 등록금 동결로 죽어가는 대학을 살리는 첫걸음이다. 이는 현 정부의 남은 기간 중에도 충분히 실행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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