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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재정분권, 세수 오차 문제의 정답 아니다

등록 2021-12-29 18:08수정 2021-12-30 02:31

[왜냐면] 이상민 |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나라살림연구소 보고서에 대한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 황명선 논산시장 글이 <한겨레> 28일치 ‘왜냐면’에 실렸다. 이에 대해 반론하고자 한다.

우선 세수 오차의 원인이 지방자치단체에만 있는 것처럼 비친 것에 유감을 표한다. 많은 단체장과 공무원의 노력이 있었고 어느 정도 개선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지방정부의 세수 오차 원인은 지방정부 재정의 구조적인 이유, 중앙정부가 보조금을 예측 불가능하게 분배한 책임, 그리고 지방정부의 비효율 문제가 섞여 있다. 세수 오차가 전적으로 지방정부 문제만은 아니다. 이에 세수 오차의 구조적인 이유, 중앙정부 책임, 지방정부 문제를 각각 구분하여 밝히고자 한다.

“중앙정부의 세수 오차가 커지면 지방정부 오차도 그대로 커진다”는 황 시장의 말은 부분적으로는 맞는다. 그렇다면 지방정부의 세수 오차 중에서 중앙정부 책임은 얼마나 될까? 황 시장은 취득세, 지방소득세, 재산세 세수 오차는 중앙정부의 정책 실패 탓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3개 세목이 지방세 세수 오차의 84%를 차지한다고 한다. 하지만 지방세 전체 세수 오차는 11조원으로 총 세수 오차액의 8.7%에 불과하다. 그리고 중앙정부의 정책 실패로 부동산가격이 오른 사실과 세수 예측 실패와는 큰 관련이 없다. 공시가격 상승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다.

또 황 시장은 세수 오차 원인은 중앙정부 교부세, 국고보조금 때문이고, 지방정부 재정자립도가 낮을수록 세수 오차가 커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중앙정부가 실제 2020년에 지급한 교부세 금액은 통보한 금액보다도 적었다. 코로나19로 중앙정부 내국세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2020년 결산을 해보니 교부세에서 1조원의 초과 세수가 발생했다. 지방정부가 예산을 수립할 때 중앙정부가 주겠다고 한 교부세보다 임의로 적게 편성한다는 얘기다.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가 낮을수록 세수 오차가 커진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논산이 속한 충청남도 지자체 재정자립도와 오차율의 상관관계를 분석해보면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가 오히려 오차율도 높다. 다만 작년은 재난지원금 보조금으로 중앙정부 보조금에 따른 세수 오차가 많이 발생했다. 이는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세수 오차다. 보조금에서 발생한 세수 오차는 52조8천억원이다. 이 중 상당수는 지방정부가 책임질 필요 없는 세수 오차임을 밝힌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작년에는 중앙정부가 큰 규모의 국채를 발행하여 이자비용을 내면서 시중에 돈을 풀었다. 반면 지방정부는 시중의 돈을 흡수하여 32조원이 넘는 돈을 순세계잉여금으로 쌓아놓고 활용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잉여금은 초과 세수로 발생하기도 하나(11조6천억원) 불용액 등 집행 잔액으로 발생하는 액수가 더 많다. 정확한 계획과 철저한 집행을 통해 줄일 수 있는 여지도 많다.

나라살림연구소도 재정분권을 지속적으로 주장한다. 그러나 재정분권과 재정혁신은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초과 세수와 순세계잉여금은 지방정부의 구조적인 이유와 중앙정부의 책임도 일부 차지하고 있다. 초과 세수, 불용액 등 순세계잉여금을 0원으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재정의 효율적 편성 및 집행으로 지방정부가 줄일 수 있는 여지도 많다. 특히 재정자립도와 초과 세수는 의미 있는 상관관계가 없으며,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가 더 많은 순세계잉여금이 적립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 재정분권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래도 2019년 결산부터 잉여금의 급등세는 진정되고 있다. 지방정부도 이미 혁신하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에 기반한 건설적인 논쟁으로 재정분권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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