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은 보장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김연명 중앙대 교수의 주장에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이 ‘낮은 건 (소득대체율이 아니라) 보험료율’이라고 반박했다. 사진은 2018년 9월 국민연금공단이 개최한 ‘국민연금 개선, 국민의 의견을 듣습니다’ 공개토론회 모습. 김성광 기자
[왜냐면]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이 글은 김연명 중앙대 교수가 ‘왜냐면’ 연쇄기고(
OECD 최하위권의 소득대체율…‘더 두터운 보장’ 필요하다 등)에서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을 옹호하며 제시한 논리를 비판한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외국보다 낮은가? 김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금보고서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31.2%, 오이시디 평균 42.2%’라는 “충격적인 수치”가 나온다고 강조한다. 국민연금은 평균 소득대체율 40%로 설계된 제도다. 평균 소득자가 40년 가입하면 자기 소득의 40%를 연금으로 받는다. 충격보다는 ‘이상하다’ 생각하고 수치 차이를 알아보면 될 일이다.
오이시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소득대체율이 낮게 나온 것은 국민연금의 독특한 재분배 급여 구조 때문이다. 소득대체율이 평균 소득자는 40%이지만 그 미만 소득자는 높고 반대는 낮아 가입자별로 30~100%에 이른다. 반면 외국 연금은 대부분 급여가 소득에 연동하는 완전비례제도여서 기본적으로 누구든 소득대체율이 같다.
오이시디는 노동시장에 상시고용된 평균 소득자를 기준으로 소득대체율을 계산한다. 2020년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 소득은 월 244만원이고 상시고용자의 평균 소득은 383만원이다. 완전비례연금에서는 두 소득이 다르더라도 소득대체율이 동일하지만 국민연금에서는 가입자 평균 소득보다 1.6배 높은 상시고용 평균 소득자의 소득대체율 31.2%가 보고서에 담긴다.
그래서 오이시디는 국민연금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개별국가 리포트에서는 가입자 평균 소득 기준의 소득대체율 38%도 제시한다. 이는 22살에 시작해 의무가입연령까지 계속 가입했을 때의 수치로서 한국은 60살 미만까지 38년 가입하므로 38%다. 의무가입기간이 소득대체율 수치에 영향을 미치는 산정 방식이다. 선진국들은 대체로 의무가입연령이 우리보다 높아 그만큼 소득대체율도 높게 계산된다. 우리도 국민연금 의무가입연령을 65살로 상향하면 소득대체율도 5%포인트 오른다.
게다가 오이시디의 42.2%는 기초연금까지 합산한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이다. 일본, 캐나다 등 소득비례연금과 기초연금을 함께 운영하는 나라에서는 두 연금을 합한 수치다. 우리나라에서 노인 70%에게 월 30만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의 소득대체율은 상시고용 평균 소득자 기준으로 7.8%에 이른다. 하지만 상시고용 평균 소득인 월 383만원 버는 노인에게는 해당되지 않아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에 합산되지 못한다. 이렇게 오이시디의 한국 소득대체율은 하후상박 급여 구조, 짧은 의무가입기간, 기초연금 미포함 등으로 과소 추계되어 있다. 보고서를 단순 인용해 소득대체율 인상의 근거로 삼는 건 부적절하다.
그러면 연금급여 수준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1년 가입마다 쌓이는 연금액 크기를 나타내는 지급률을 보면 된다. 국민연금은 1년에 소득의 1%를 쌓아주므로 지급률 1%인 제도이며, 오이시디 평균은 1.1%다(일부 퇴직연금 포함).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외국에 비해 낮은 편이 아니다.
정작 국민연금에서 낮은 건 보험료율이다. 오이시디 회원국의 소득비례연금과 비교하면 국민연금은 대략 절반 수준에 머문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기금수익을 강조한다. 물론 국민연금에서 기금수익은 중요하다. 그렇다고 수익 전체가 후세대 부담을 줄여주는 몫은 아니다. 가입자의 과거 보험료가 기금수익을 만들어내듯이 나중에 연금급여를 계산할 때 가입자의 기준 소득도 소득 증가만큼 상향된다. 즉 기금수익 중 가입자 소득증가 급여분을 넘는 ‘초과수익’만이 후세대 경감 몫이다. 또한 기금 효과를 따질 때 수익률이 높은 특정 기간을 준거로 삼는 것도 국민연금기금 논의에서 피해야 할 방식이며, 국민연금 수익비도 짧은 기대여명을 토대로 작성된 예전의 낮은 수치는 최신화해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 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가? 보장성에서는, 추가 보험료 인상이 수반되는 명목 소득대체율 틀을 벗어나 가입 기간을 늘려 급여액을 높이는 실질 소득대체율에 집중하자. 명목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면서 다양한 연금크레디트, 저임금 노동자 보험료 지원을 확대하고 도시 지역가입자에게도 보험료를 지원하며, 의무가입연령 상향도 필요하다. 재정 안정도 시급하다. 후세대는 초고령 사회에서 기초연금, 의료비 등 우리보다 노년 부양의 무게가 훨씬 무겁다. 현세대가 의사결정할 수 있는 국민연금 보험료에서는 우리 책임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