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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농촌에 수도권 은퇴자 실버타운 만들자

등록 2022-03-07 22:59수정 2022-03-07 23:13

왜냐면

임승달 | 전 강릉원주대 총장

현재 우리나라는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집중하여 주택난, 교통난 등을 야기하는 반면 지방자치단체 중 46.5%는 인구소멸위험에 놓여 있다. 그런데도 이번 20대 대선의 양강 후보는 집값 안정이라는 이름하에 서울에만 강남 3구 아파트 수(34.1만호)의 1.5~3.1배에 이르는 50만호와 107만호의 주택을 각각 공급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이는 주택가격의 일시적 안정을 가져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 결국 수도권 인구 유입을 가중시켜 주택난의 악순환을 낳고 소위 ‘서울공화국 지방식민지’라는 양극화의 심화로 국가 발전의 큰 장애요인이 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수도권 주택 문제 해결은 공급만 늘린다고 될 수가 없고 수도권 인구 분산을 통한 주택 수요 억제정책 병행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간 역대 정부는 수도권 인구와 기능 분산 정책을 추진했고 특히 노무현 정부는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을 이전하여 행정중심복합도시와 혁신도시를 건설하였지만 서울의 인구는 더욱 급증하였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국가기관, 공공기관을 이전하였지만 그 직원들은 여전히 수도권을 떠나지 않고 이전 부지는 더욱 개발되어 오히려 고용과 인구 유입을 가중시켰기 때문이다. 한 사례로 서울 삼성동 한전 이전 부지에는 현대차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등이 들어설 계획인데, 이로 인한 고용유발 인구만 해도 121만5천명(도시행정학회 용역 보고서)으로 기존 한전 고용인원 2만3400여명의 52배에 이를 정도다. 따라서 인구 분산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관’ 이전보다는 ‘인구’ 자체를 이동시킬 수 있는 방안의 강구가 필요하다.

그 대안으로는 공공에서 실버타운을 건설해서 수도권 은퇴자들을 농촌으로 유턴시키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이라 사료된다. 현재 수도권 은퇴자들은 대부분 농어촌에서 태어나 압축성장기에 학업과 취업을 위해 이촌향도한 세대들로서 마음의 근저에는 농촌에 대한 향수가 크다. 농촌진흥청 조사에 의하면 서울과 6대 대도시의 베이비붐 세대 중 절반 이상이 은퇴 후 귀촌 의향이 있다고 한다. 또한 고령층의 상당수는 자녀와 떨어져 단독가구로 지내고 있어 이들을 귀촌시키면 수도권 주택난 해소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수도권 인구집중 완화에 더해 농촌의 활력 및 노인복지 증진 등 1석3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은퇴자를 위한 도시는 고령화 시대 선진 외국에서는 보편화되어 미국만 해도 애리조나주에 인구 3만여명의 선시티를 비롯 수백개의 실버타운이 현재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도시급 실버타운은 없고 단지 규모의 노인복지타운(실버타운) 36곳이 등록되어 있으나 이들 대부분이 각종 시설도 제대로 구비하지 못한 채 수도권에서 민간에 의해 고가로 운영되고 있어 일반 은퇴자들이 이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정부가 공공기관을 통해 은퇴자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각종 시설을 갖춘 은퇴자 도시를 제대로 건설하여 저렴하게 분양, 임대한다면 수도권 은퇴자들의 큰 호응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거기에 은퇴자가 수도권 집을 팔고 은퇴촌에 입주하는 경우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주는 등 다양한 유인책을 강구하면 더욱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취임할 대한민국의 20대 대통령에게 우리나라가 노인 자살률 세계1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은퇴자들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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