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최원훈 |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보호직 공무원
“소년사건이 속도전이라고요? 그래서 애들이 저 모양인 겁니다. 왜 재판을 속도로 처분합니까?”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의 주인공 심은석 판사가 고작 3분 만에 끝나는 재판에서 아이들이 뭘 배우겠냐며 부장판사에게 한 말이다. 단 20명의 판사가 연간 3만여명의 소년범을 재판하는 현실을 반영한 대사다. 일명 ‘컵라면 재판’이라고 불릴 정도로 재판 환경이 열악하다.
물론 중한 범죄를 저지르거나 비행성이 심화된 재범 소년은 판사가 법정에서 바로 처분하지 않는다. 4주 동안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한 뒤 생활 및 반성의 태도, 교육과 상담 결과를 근거로 작성된 분류심사서를 면밀히 검토한다. 적절한 처분을 심사숙고한 판사는 다시 법정에 선 소년에게 환경 조정과 성행 교정을 위해 가장 필요한 처분을 결정한다. 대체로 보호자의 보호 의지가 강하고 위탁기간 동안 자신의 비행을 반성하며 생활태도가 모범적인 소년에게는 사회 내 처우인 보호관찰의 기회를 준다. 반대로 보호력이 미약하고 반성 없이 규정을 위반하며 무절제한 생활을 한 소년에게는 시설처분인 소년원 처분을 결정한다. 따라서 소년범죄의 재범률을 낮추고, 강력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소년분류심사원과 소년원에 수용된 범죄 소년의 교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소년분류심사원과 소년원에서 출원한 뒤 재범을 저지른 소년이 재범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6개월 이내가 약 45%에 이른다. 1년 이내는 약 30%이다. 재범기간이 이렇게 짧은 것은 수용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인1실(개별실) 수용이 아닌 과밀수용을 하는 환경에서, 소년범에 대한 맞춤형 개별 처우와 안정적인 사회정착을 위한 교화는 애초에 실현하기 어렵다.
한 방에서 적게는 3~4명, 많게는 10~20명이 함께 생활한다. 그중에는 동네 선후배, 친구들, 심지어 공범도 있다. 이들과 사회에서 행한 범죄를 공유하면서 자신의 범죄에 대한 죄책감과 책임감을 가질 수 있을까? 오히려 비행 친구와 함께 비행을 학습하면서 출원 뒤의 재범을 모의하고, 나가서 실천한다. 또한 이들 사이에서 필연적으로 계급이 생기므로 지도 교사들의 눈을 피해 폭력·갈취·공갈·협박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보호처분 시설 안에서도 힘의 논리에 따른 비행적 하위문화가 형성되는 것이다. 결국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돕는다는 소년법의 목적이 무색하게, 소년원이 상습범을 양성하는 기능도 하고 있다.
9호 처분(소년원 6개월)과 10호 처분(소년원 2년)에 따른 임시퇴원 제도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소년원 생활의 동기 부여와 과밀수용 해소를 위해 교정 성적이 우수한 소년들을 처분 기간보다 일찍 퇴원시키는 제도이다. 성인범으로 따지면 가석방 제도다. 9호는 평균 4개월15~20일, 10호는 1년2~3개월 만에 임시퇴원한다. 대부분의 소년들은 하루라도 빨리 나가기를 원하기 때문에 가식적인 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임시퇴원 뒤 재범률이 매우 높다.
비행 청소년이 일탈을 해서 법정에 서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데는 충분한 인내와 노력의 시간들이 필요하다. 짧게는 4개월, 길게는 1년3개월의 소년원 수용은 이들이 자신의 비행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피해자에게 속죄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 아니다. 소년재판이 속도전일 수 없듯이, 보호처분 집행 또한 속도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임시퇴원 제도를 폐지하고 수용 환경을 개선하여 엄정하고 내실 있는 법 집행을 통해 소년범을 교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