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유성동 | 금산 신대초등학교 교사
나무 밑 선물 바구니를 두고 아프리카 어느 부족 아이들이 달리기 시합을 시작했다. 기대와 달리 아이들은 서로 손을 맞잡은 채 결승선을 통과했다. 달리기를 제안한 학자는 의아한 표정으로 1등이면 다 가질 수 있는데 왜 나란히 달렸는지 물었다. 그때 아이들은 한목소리로 “우분투!”라 외쳤다.
우분투는 ‘네가 있기에 내가 있고,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란 의미의 반투어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우분투를 언급했고, 같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 역시 우분투의 가치와 정신을 역설했다. 사람들 모두는 연결돼 있고 내 선택과 언행이 세상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는 게 우분투의 기본정신이다. 이는 지나친 경쟁과 욕망으로 점철된 현세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분투 전도사 이강철 원장은 저서 <함께 행복 우분투 리더십>에서 우분투 리더십이 공동체와 구성원을 행복으로 이끌 수 있다 강조한다. 나는 우분투 리더십을 ‘밑불 리더십’으로 이해했다.
최근 일반교사 명예퇴직뿐 아니라 교장 명퇴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전에 함께 근무했던 교장선생님 역시 8년 중임 임기를 채우지 않고 학교를 떠나셨다. 주변 시선과 달리 난 그분의 결단을 응원했다. 권력욕이 최대치일 때인 40, 50대와 나이 60을 바라보는 대선배의 인생관은 같을 수 없다. 더 높은 삶의 가치를 찾아 고향으로 간다는 그분은 원로교사 특권을 포기하고 명퇴를 선택한 여느 분들처럼 ‘밑불 리더십’을 실천한 것이다.
밑불 리더십은 기회 부여와 권한 위임을 통해 구성원의 잠재능력을 키워 한명 한명을 더 나은 리더로 만들어내는 리더십이다. 이는 슈퍼리더십과 유사하고 셀프리더십을 조장한다. 나만이 할 수 있다가 아니라 누구든 할 수 있다란 신념으로 기꺼이 밑불이 되는 리더십이다. 리더 혼자 뛰어다니다 소진되는 실패를 구성원 및 조직 전체가 활활 타오르는 성공으로 바꾸는 리더십이다.
교육감은 3선까지 연임할 수 있다. 그것이 교육감 임기를 12년 꽉 채우라는 의미인지 모르겠다. 어느 교육감은 재선 당시 3선 도전은 결단코 없을 것이라 약속했다가 뒤엎는 일까지 벌어진다. 어떤 성취를 위해 8년이란 시간이 부족했다며 또 한번의 기회를 호소하는 건 역량 부족을 자인하는 꼴이다. 자신의 재능과 가치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지 못했음을 시인하는 것으로 밑불 리더십 역시 아니다.
밑불 리더십 발휘를 위해 가장 필요한 덕목은 ‘용기’다. 독선과 자만에 빠지지 않을 용기,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않을 용기, 측근을 배제하고 오랜 관행을 타파할 용기. 자기 능력에 대한 확신과 조직 미래에 대한 지속가능한 비전을 가진 지도자가 갖출 수 있는 덕목이다. 우분투 리더십, 즉 밑불 리더십은 양보와 희생에 의한 비효율을 부정한다. 오히려 불필요한 경쟁과 비본질적인 집착이 극복돼 조직의 효율성을 높인다. 교육계 내 승진제와 차등적 성과급제에 대한 비판도 같은 연유다. 본질적인 업무인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이 시급함에도 미적거리는 정부가 안타깝다.
아이들이 ‘우분투’를 외쳤다면 난 ‘함께 성장’이라 외쳐본다. 우분투 리더십은 상생하는 리더십이다. 권한 위임과 기회 부여를 통해 조직의 잠재 역량과 행복 총량을 높이는 밑불 리더십을 교육계에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