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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홀쭉이 세대’ 위해 연기금 확충을

등록 2022-03-14 18:39수정 2022-03-15 02:31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 개혁 필요

[왜냐면] 양재진 |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화 개혁은 불가피하다. 개혁을 안 하면, 30여년 뒤 국민연기금은 사라진다. 연금지급에 필요한 돈을 연기금에서 일부라도 가져다 쓰지 못하면, 보험료를 소득의 35%까지 올려야 약속한 연금을 지급할 수 있다. 우리의 자녀 세대가 떠안아야 할 엄청난 보험료 부담을 생각하면, 더 늦기 전에 기금을 확충하는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보험료 수입을 늘리고 동시에 지출 증가 속도는 낮추어야 할 것이다.

현재 상태로는 2040년께 연기금이 줄기 시작해 2055년께 고갈된다. 보험료 3~4% 인상과 평균수명 증가에 따른 연금액 자동삭감장치 도입 등 현재 제시되는 방안들이 시행된다고 연기금이 천년만년 존속되는 것은 아니다. 고갈 시점을 15~20년 정도 늦출 뿐이다. 어차피 고갈될 기금의 생명을 연장하는 게 뭐 그리 중요한가? 필자는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 인구구조는 가운데가 매우 불룩한 항아리형이다. 30대에서 50대까지 인구가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고, 그중에서 40대와 50대가 가장 툭 튀어나와 있다. 이른바 1차, 2차 베이비부머라고 불리는데, 이들이 현재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핵심 노동인구로 보험료를 열심히 납부한다. 고령화 속도가 가파르긴 하지만 한국의 65살 이상 고령 인구는 전체의 16% 정도다. 선진국 평균 20%에 못 미친다. 따라서 지출이 얼마 안 되니 연기금은 쌓여만 간다. 문제는 인구 항아리의 불룩한 부분 바로 밑 홀쭉한 자리에 놓여 있는 어린이와 10대 그리고 20대이다. 이들이 윗세대를 부양해야 한다.

2040년 연금지출이 보험료 수입을 초과해 수지 적자가 시작된다. 다행히 약 15년 정도는 쌓아놓은 연기금을 털어 쓰면 후세대의 보험료 인상 없이 연금지급이 가능하다. 진짜 문제는 그 이후다. 기금이 없어지고 나면, 온전히 보험료 수입만으로 연금지출을 감당해야 한다. 35%까지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 미안한 얘기지만 지금의 30대가 사망할 때까지 바로 밑 노동세대는 연금보험료 때문에 매우 큰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다. 연금보험료뿐이겠는가? 건강보험료에 각종 세금을 더하면 소득 대부분을 국가에 헌납해야 할지도 모른다. 혹자는 국가가 일반재정에서 연금 비용을 상당 부분 충당해서 보험료 인상 필요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은행에서 돈을 마구 찍어내는 것이 아닌 이상, 일반재정이라는 게 세금 수입을 의미한다. 보험료나 세금이나 노동세대의 소득에서 떼내어 오는 것이다. 조삼모사다.

인구 항아리의 불룩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지금의 30~50대가 사망하고 나면, 후세대 부담이 많이 줄어든다. 인구가 지속해서 감소하긴 하지만, 윗세대도 홀쭉, 아랫세대도 홀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기금의 고갈 시점을 최소한 지금의 30대가 사망하는 시기까지 늦춰놔야 한다. 그래야 불룩이 밑에서 고생할 홀쭉이 1세대의 보험료 부담을 낮출 수 있다. 그 이후에는 홀쭉이 2세대가 홀쭉이 1세대의 연금을 부담하는 것이기에,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다. 물론 이 또한 지금처럼 출산율이 계속 급감하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불룩이 은퇴 세대 바로 밑에 있는 홀쭉이 1세대보다는 상황이 나쁘지 않다.

연기금 확충은 빠를수록 좋다. 매년 60조원에서 70조원가량의 연기금 투자수익이 쌓이고 있다. 2021년에는 무려 90조원이 넘는 수익을 얻었다. 최근 2년치 보험료 수입액이자, 연금지출액으로는 3년치에 해당하는 큰돈이다. 복리효과를 생각하면, 보험료 인상은 조금일지라도 빨리해, 연기금 규모를 키우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 한편, 평균수명이 늘어가면서 사망 시까지 받는 연금총액도 늘어난다. 그만큼 연금 고갈이 빨라지고 또 그만큼 우리 자녀 세대 부담이 늘어난다. 그러니 수명이 늘어나면 자동으로 연금액이 줄어드는 자동안정화 장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1, 2차 베이비부머인 불룩이 세대 바로 밑의 홀쭉이 세대만큼 큰 부양 부담을 지는 세대는 없다. 연기금은 이들 불운한 세대를 위한 것이다. 수지 적자가 난 후 최소 30년은 기금을 활용해 보험료 인상 압력을 낮춰야 한다. 재정 안정화 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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