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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지역 환경 맞춤형 산림 관리로 산불 막아야

등록 2022-03-14 18:42수정 2022-03-15 02:31

지난 8일 강원 동해시 일원 산림이 불에 탄 채 곳곳이 검게 그을려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강원 동해시 일원 산림이 불에 탄 채 곳곳이 검게 그을려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박필선 |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나무는 이듬해 봄 잎을 틔우기 위해 여름부터 준비에 들어간다. 3월 나무들은 겉보기엔 꽃도 잎도 없이 메마르고 조용해 보이지만, 땅 밑 뿌리부터 나무 꼭대기까지 겨울잠을 깨고 다시 자라기 위해 정신없이 바쁘다. 그 바쁜 3월의 첫 주말부터 영동지역의 숲이 산불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년에 없던 3월 초의 대형 산불이다.

겨울 가뭄은 봄철 산불 증가와 직결된다. 1970년 이후 최저의 겨울 강수량과 함께 맞는 올봄은 대형 산불 우려가 어느 때보다 크다. 겨울부터 누적된 건조에 강한 바람이 더해지는 봄이면 작은 실수도 큰 산불로 이어지기 쉽고, 바람이 강한 영동지역은 특히 대형 산불에 취약하다. 영동은 어느 곳보다 산불을 조심하는 지역이고 산불 대비도 최선을 다하는 지역이다.

산불은 건조한 조건에서 발생한다. 국토의 약 63%가 산지 지형인 우리나라는 지형에 따라 습한 곳과 건조한 곳의 차이가 있고 식생의 차이도 뚜렷하다. 우리나라는 나무의 종류도 다양한데, 수종에 따라 그늘이나 토양 수분, 양분에 대한 적응과 경쟁력이 다르다. 소나무는 그늘에서 버티는 내음성은 약하지만 건조에는 강하다. 수분을 많이 필요로 하는 수종, 깊은 토심을 필요로 하는 수종이 자라지 못하는 곳에서 소나무는 버틸 수 있어 능선, 급경사지, 남사면 등 건조한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산불이 잦은 지역은 낙엽이 소실되고 토양 유실도 많아 모래땅이 많고 토심이 얕을 수밖에 없다. 낙엽활엽수라 기후변화에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상수리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 등의 참나무류는 심근성이라 굵은 뿌리가 깊게 자라기에 토심이 얕은 지역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 최근 우리 숲 토양이 좋아지며 참나무류가 소나무를 제치고 늘어나고 있지만, 산불이 잦은 지역은 아직도 토양이 제한인자로 작용하여 소나무가 우점하는 곳이 많다. 소나무가 있어 산불이 났다기보다, 건조한 지역이라 다른 곳보다 산불이 잦고, 건조한 지역에 버티는 소나무숲이 많은 것이다.

산불 관련 산림 관리는 지역의 환경 특성에 따라 차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대형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지역은 솎아베기를 하여 나무 사이의 간격을 넓혀 나무에서 나무로 불이 옮겨붙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나무 위로 불이 옮겨붙도록 사다리 역할을 하는 중간 높이의 식생을 제거하는 것도 필요하다. 일정 높이까지 가지치기할 필요도 있다. 산불 위험 지역 관리를 위해 미국에서는 수십년 논쟁을 거쳐 현재는 솎아베기와 처방화입(處方火入, 시간을 정해 고의로 산에 불을 놓아 낙엽 등을 제거하는 것)을 적용하고 있고,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계곡 부근이나 수분 환경이 좋은 지역은 다층림 조성을 시도해볼 만하다. 크고 작은 크기의 여러 수종이 섞여 자라는 다층림은 다양한 높이에서 증산(식물이 뿌리로 흡수한 물을 잎의 기공을 통해 대기로 내보내는 과정) 작용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습도가 높아 산불에 강할 수 있다. 이러한 다층림이 되려면 하층에서도 자라는 내음성이 있는 수종이 필요하나, 대부분의 내음성 수종은 양질의 토양조건이 필요하다. 토양이 적합한 지역은 다층림을 조성한다면 수분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

이번 대형 산불 발생 기간 불을 끄기 위하여 고생한 분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산불로 피해를 받은 분들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 바짝 마른 봄에는 담뱃재에도 산불이 발생하고 위험해진다. 우리 숲을 지키기 위하여 모두가 산불 예방에 힘을 보태고 숲을 가꾸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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