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유종오 | 공인회계사
최근 대장동 사태나 부동산 투기, 주식 투자, 가상자산 투자에 빚까지 내며 몰리는 현상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노동소득을 경시하고 탐욕을 부추기는지 잘 보여준다. 여기에는 현행 소득세법도 한몫하고 있다. 땀 흘려 노동해 번 소득과 그렇지 않은 불로소득을 같이 취급하거나 오히려 불로소득이 세금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번 대선 후보들은 투기소득에 대한 세금을 깎아주는 공약만 했을 뿐 노동소득을 우대하는 공약은 내놓지 않았다.
우리 세법은 국민에게 세부담이 공평하게 배분되도록 조세평등주의에 따라 세법을 만들고 해석하고 적용한다. 고소득자 누진과세나 재벌들의 탈세 처벌도 조세평등주의에 따른 것이다. 공정이나 능력주의가 논란이 되는 시대이니 조세평등주의도 그 내용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노동소득 세금은 낮게, 불로소득 세금은 높게 매기는 것이 조세평등주의에 맞는다.
그런데 우리 국민과 가장 밀접한 소득세법은 이 원칙에 크게 어긋나 있어 개혁이 필요하다.
현행 소득세법은 개인들의 소득을 이자소득과 배당소득 그리고 사업소득(부동산임대소득 포함), 근로소득, 연금소득, 기타소득, 양도소득, 퇴직소득으로 구분하여 과세한다. 이 중 이자와 배당 소득, 부동산임대소득, 양도소득이 대표적인 불로소득이고, 근로소득과 퇴직소득, 기타사업소득이 노동소득이다. 물론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를 할 때 시간과 노력이 적지 않게 드는 경우가 있다는 걸 부인하지 않겠다.
하지만 노동소득은 생산과 소비(여가), 유통 활동의 한 축으로서 공장이나 사무실, 가게, 차량 등에서 매일매일의 삶을 지탱하고 또 경제의 생명인 일자리와 직결되지만, 돈이 돈을 버는 불로소득은 탐욕을 부추겨 경제와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우리 경제와 사회의 건강한 작동을 위해서는 불로소득은 적을수록 좋고,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노동소득을 가져갈 수 있어야 한다.
현행 소득세법은 근로소득보다 불로소득을 우대한다. 대표적인 게 금융소득(이자소득과 배당소득)과 주택임대소득, 양도소득 등 불로소득에 대한 특례다. 금융소득과 주택임대소득에 대해서는 각각 2천만원까지는 14%의 낮은 세율로 과세하거나 비과세 특례가 많고, 초과분만 종합소득에 합산하여 누진 과세한다. 또 상장주식의 양도소득은 아무리 차익이 커도 대주주를 제외하고는 세금이 없고, 대주주라 하더라도 최고세율이 30%에 불과하다. 근로소득세 최고세율이 45%인 것에 비하면 큰 특혜가 아닐 수 없다. 또 1가구 1주택은 매매가 12억원까지는 차익이 아무리 커도 세금이 전혀 없고, 초과 금액 해당분도 최대 80%를 공제해준다. 주택임대소득으로 2천만원을 벌어도 세금은 56만원에 불과하다. 근로소득이었다면 어림없는 특혜다. 이렇다 보니 노동을 경시하고 은행 돈까지 빌려 주식이나 부동산, 가상자산 투기에 나서는 것 아닐까.
노동을 하려면 노동력 유지를 위해 먹고, 입고, 자는 비용이 들어간다. 근로소득을 과세할 때 이런 최소한의 의식주 비용은 전액 공제해주어야 마땅하다. 거기에 무주택자나 가족부양 등 개인 사정에 따른 추가적인 지출도 마찬가지다. 사업소득이나 양도소득을 계산할 때 관련 지출을 비용으로 빼고 추가로 특례비용을 인정하듯 말이다. 그런 점에서 최저임금이 전액 공제의 기준금액이 될 수 있다. 최저임금은 생활 안정과 노동력 유지 향상을 위한 최소한의 급여 수준이기 때문이다. 올해 기준 최저임금을 연봉으로 환산하면 2400만원 수준이다. 그런데 소득세법은 현재 1억원의 근로소득자라도 1475만원을 공제해줄 뿐이다. 연말정산 할 때도 복잡한 서류입증 없이도 최저임금 수준까지 공제해주는 것이 노동소득에 대한 예우이다. 이와 함께 금융소득과 부동산임대소득, 양도소득 같은 불로소득을 특혜 없이 전액 종합소득으로 합산 과세를 해야 한다.
노동소득은 존중하고 불로소득은 줄이는 목적의 과세가 되어야 공정하다. 지금 정보기술과 국세청의 전산시스템 수준으로 볼 때 이렇게 하면 납세자의 세무신고 부담은 대폭 감소하고 소득에 따른 공평한 세부담은 훨씬 강화될 것이다. 조세평등주의가 실질적으로 구현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