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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새 정부에서 ‘한반도 데탕트’를 기대한다

등록 2022-04-18 18:03수정 2022-04-19 02:37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신형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를 참관”하고 “나라의 방위력과 핵전투 무력을 더 한층 강화하는 데서 나서는 강령적인 가르침을 주셨다”고 <노동신문>이 17일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신형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를 참관”하고 “나라의 방위력과 핵전투 무력을 더 한층 강화하는 데서 나서는 강령적인 가르침을 주셨다”고 <노동신문>이 17일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왜냐면] 민경태 | 국립통일교육원 교수

5월 출범하는 차기 정부는 지정학적 충돌로 인해 위기가 고조되는 한반도 상황에 직면해야 한다.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발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결속하면서 동북아의 냉전적 대립 구도가 재현되고 있어 남북관계가 더욱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오히려 지정학적 대전환을 가져올 에너지의 축적 과정일 수 있다. 기존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냉전적 대립 구도를 깨뜨리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역발상 전략이 필요하다.

만약 보수정부가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 데탕트’를 추진할 수 있다면 국민 의견통합에는 더욱 유리하다. 과거 미국의 보수적인 닉슨 정부가 먼저 중국과 손을 잡았고, 한국의 노태우 정부는 중·러와 수교하며 성공적인 북방정책을 펼쳤다. 지정학적 변화로 인해 기존의 냉전적 대립 구도를 유지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한-미 동맹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이 효과가 없다면 차라리 한-미 동맹이 북한을 포용하는 전략은 어떨까. 동북아 지정학의 대전환은 다음과 같은 방향에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첫째, 미국의 지정학적 전략 변화 필요성이다. 기존의 지정학자나 현실주의 전략가들은 미-중 전략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를 떼어놓는 방안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러 관계는 악화되고 중·러가 가까워지는 가운데 북한도 밀착하고 있다. 대만을 비롯해 미국이 다뤄야 할 문제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미국이 중국을 노골적으로 적대시하면서 과거 동북아에서 미국의 군사력 강화 명분으로 유용했던 ‘북한 악마화’가 더 이상 필요 없어졌다. 1970년대 미국은 중국과 데탕트를 이루고 소련과의 대결에 집중했듯이, 이제는 북한을 중·러로부터 떼어놓고 한·미 진영으로 끌어오는 ‘디바이드 앤드 룰’(Divide and Rule·분할통치)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

둘째, 기존의 북한 비핵화 전략은 사실상 실패했다. 북한 핵 능력은 고도화되고 보유 수량도 늘어났지만 이를 제어할 방안이 없다. 북한의 공격 능력을 완전히 파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직접 타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북한뿐 아니라 한·미가 입을 피해도 상상을 초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전략적 무시’ 또는 ‘전략적 인내’로 회귀할 수도 없다. 지난 3월24일 북한이 시험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규탄 성명을 채택하려던 것이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됐다. 중·러의 협조가 필수적인 경제제재로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비핵화 전략은 이미 힘을 잃었다.

셋째, 북한 핵은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러시아·유럽을 믿고 비핵화했던 우크라이나가 침공을 받았다. 이를 주시하고 있는 북한의 속마음은 어떨까. 이제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선비핵화’ 조건에서 탈피해야 한다. 대신 핵을 가진 북한을 한·미 진영으로 당겨오면 그것은 양날의 칼이 된다. 핵이 없는 우크라이나가 유럽과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러시아는 무력을 사용했지만, 핵이 있는 북한이 한·미와 접근하더라도 중·러가 무력을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즉, 핵 보유는 북한이 중·러로부터 자유롭게 독자적 의사결정을 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비핵화 초기 단계에선 우선 한·미가 포용적 대북정책을 펼쳐서 북한이 중국에 의존하는 상태를 바꿔야 한다. 북한이 지난 70년간 중·러에 의존했던 것은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 경제를 전폭 지원해 성장 동력을 갖추게 하지 않고 그저 붕괴하지 않을 정도로 관리하면서 영향력을 극대화하려 한다는 점을 북한도 잘 알고 있다. 만약 북한이 국외 자본 투자를 받아 제2의 베트남과 같이 된다면 동북아 지정학 구도가 완전히 전환된다. 과연 한-미 동맹에 유리한 전략이 무엇인지 냉철하게 생각해야 한다. 동북아 지정학의 냉전적 대립 구도 해체는 바로 한반도에서, 북한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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