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왜냐면

민주당, 진영을 거두고 경계를 넘어야

등록 2022-04-25 17:11수정 2022-04-26 02:09

열린우리당의 실패 반복하지 않으려면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왜냐면] 고성원 | 메시지 컨설턴트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 2020년 총선 직후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남긴 말이다.

2004년 총선 직전까지만 해도 소수여당에 불과했던 열린우리당은 그해 봄 152석 과반 의석을 얻고 대대적인 개혁과제에 착수했지만, 그 막강했던 권력이 무너지는 데는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은 서울과 6대 광역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전패’했고, 16개 광역단체장 중 단 1곳을 차지하는 데 그치면서 말 그대로 ‘폭망’했다. 그 무기력함 속에서 이듬해 대선에서는 500만표 차로 대패했고, ‘100년 정당’을 꿈꿨던 열린우리당은 불과 4년 만에 그렇게 간판을 내려야 했다.

‘잘나가던’ 거대여당이 어떻게 한순간에 폭망할 수 있는지는 두고두고 생각해볼 일이지만, ‘열린우리당의 아픔’이 ‘민주당의 아픔’으로 이어지는 이 기시감이 기우가 아니라면 지금은 민주당이 그 데자뷔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총선에서 180석을 상회하는 압승을 거둔 지 채 2년이 지나지 않아 민주당이 정권을 내놓은 원인을 밖으로 돌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180석 막강한 거대권력을 앞세워 국민 눈높이에서 벗어난 정책들을 강제해온 결과는 아닌지, 이념적 당위성을 내세워 현실을 도외시한 탓은 아닌지 살펴보는 대신 0.73%포인트 그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낸 원인을 서울의 ‘부동산’ 탓으로만 돌리려 하면 민주당은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벗어나기 어렵다. 거대의석 막강 권력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의 아쉬움을 분풀이하는 도구는 아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시절에도 이른바 ‘386세대’라 불리던 젊은 피의 의회 진출은 두드러졌고 개혁과제를 두고 좌충우돌하는 양상은 계속됐다. 친노-비노-반노가 분열했고, 최우선 개혁과제의 하나로 꼽혔던 ‘국가보안법 폐지’는 논란 끝에 좌절됐다. 극심한 계파 분열이 계속됐고, 그렇게 개혁도 좌절되면서 아픔은 시작이 됐다.

지난 총선에서도 민주당 젊은 피의 의회 진출은 두드러졌지만 그중 상당수는 개혁과제보다는 진영논리 안에서 좌충우돌했다. 친문-비문이 분열했고 진영은 늘 모든 것에 우선했다. 그러고는 그 시절 ‘국가보안법 폐지’를 놓고 그랬던 것처럼, 민주당은 지금 ‘검수완박’을 내세워 일전을 불사하겠다며 나서고 있다.

무엇이 이런 기시감을 자아낼까. 민주당 주류가 ‘친문’에서 ‘친명’으로 대체되느냐, 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싼 계파싸움에 관심이 쏠리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열린우리당의 실패는 국가보안법을 끝내 폐지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지금 검수완박에 사생결단할 때는 아니다.

개혁과제를 놓고 좌충우돌하던 ‘386’은 어느새 ‘586’ 기득권이 됐고 진영논리의 보호막을 쳤다. 개혁은 그 자신조차도 개혁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숙명임을 그들은 간과했다. 민주당이 과연 어느 시점부터 ‘개혁’을 놔버리고 ‘진영’에 갇히게 됐는지는 반드시 되돌아봐야 할 과제다. ‘노빠’-‘문파’-‘개딸’들의 손에 민주당이 어디로 끌려가고 있는지도 분명히 지켜봐야 할 일이다.

민주당이 과연 ‘열린우리당의 아픔’으로부터 얼마나 성찰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열린우리당의 아픈 기억은 그 이념과 소신이 현실과 괴리를 빚어내는 과정에서 기인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정규직법 개정’ 과정에서 열린우리당은 자아분열을 겪었다. ‘탈지역주의’를 내세워 지역기반을 스스로 놓았지만 정작 세대나 계층기반을 확보하지는 못한 정치적 과오도 저질렀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순혈주의, 교조주의에 사로잡혀 경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과오를 반복하고 있다.

진영을 거두고 경계를 넘어서기 바란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172석 의회 권력을 쥐고 있는 거대야당답게 진영을 벗어나 다시 개혁에 매진해주기 바란다. 그리고 과거 열린우리당이 그랬던 것처럼 개혁과제 앞에서 좌충우돌하면서 개혁에 실패하거나, 개혁에 매달리면서 소통에 실패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그것이 민주당에 바라는 바람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