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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고하는 K-원전정책의 위험성

등록 2022-05-18 18:17수정 2022-05-19 02:35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이었던 지난해 12월29일 윤석열 대통령이 경북 울진군 북면 한울원자력본부를 방문해 건설이 중단된 상태였던 신한울원전 3, 4호기 부지를 둘러 본 뒤 발언하고 있다. 사진 뒤로 보이는 원자력 발전소 돔은 당시 공정률 99%에 시험 운전 중이었던 한울 1, 2호기다. 울진/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이었던 지난해 12월29일 윤석열 대통령이 경북 울진군 북면 한울원자력본부를 방문해 건설이 중단된 상태였던 신한울원전 3, 4호기 부지를 둘러 본 뒤 발언하고 있다. 사진 뒤로 보이는 원자력 발전소 돔은 당시 공정률 99%에 시험 운전 중이었던 한울 1, 2호기다. 울진/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왜냐면] 이정윤 |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35번 “자유”를 외쳤다. 그동안 자유를 억압받아왔다는 뜻이리라. 원자력과 관련해서도, 윤 대통령은 탈원전을 표방했던 전 정부 시절 원자력발전소(원전) 산업의 고충이 상당했다고 보는 듯하다.

원자력에 대한 인식에서, 윤 대통령은 단순한 친원전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원전 폭발은 없었으므로 방사능 배출도, 사망 사고도 없었다’고 언급해 크게 거론되기도 했다. 가장 강력한 대통령 후보라는 이가 원전에 대한 문맹적이고 확증편향적인 인식을 드러내 보였기 때문이다. 대통령으로서 지금도 원전에 대해 이런 정치적 인식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는 탈원전 정책으로 포기했던 신한울 원전 3, 4호기를 건설하고 2030년까지 가동 원전 10기 수명을 연장하겠다고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런 정책 의지를 담은 4차 에너지기본계획과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준비 중이다. 또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목표도 세웠다.

앞서 이명박 정부는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을 수출하면서, 원전이야말로 새로운 먹거리 산업이라며 ‘2030년까지 원전 80기 수출’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후 12년이 지나도록 원전 수출 실적은 전무하다. 이제 목표를 10기로 낮춰 잡았다지만 이마저도 불확실하다는 게 중론이다. 원전 수출은 우리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니고 우크라이나 사태 등 국제 정세, 수입국 사정과 조건, 수출 경쟁국의 경쟁력, 금융 조달 위험성 관리 등 여러 조건이 충분히 맞아떨어져야 가능하다. 일본 아베 정권도 원전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서, 우리가 포기한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과 터키 원전 건설을 의기양양하게 수주했지만 결국 조 단위 손해만 보고 포기했다. 이들 두 나라 원전은 모두 공급자가 자기 돈으로 원전을 건설, 운영해 전기를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어서, 투자 위험성이 매우 높다. 또한 세계적으로 원전은 줄고 재생에너지가 느는 흐름인데다 가장 많이 원전을 짓는 중국은 자체 건설 중이어서, 실제 수출 대상 국가는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수출을 위해서는 원전 생태계를 유지해야 한다’를 탈원전 반대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조선일보>는 탈원전 정부에 의해 원전 산업 매출이 2016년 27조원에서 2020년 22조원으로 낮아져 중소기업들이 도산한다는 주장 등을 내세우며 맞장구치고 있다. 하지만 이 기간에 매출 감소는 4조1천억원에서 9천억원으로 낮아진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 감소액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도 탈원전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며 신한울 3, 4호기 건설 등을 주장한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2022년 에너지전망보고서는 2030년까지 매년 1200조원 규모 재생에너지 투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원자력 집중을 내세우며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 시장 투자는 오히려 줄일 분위기다. 문제는 기존 원전 수명 연장과 일부 신규 원전 건설로도 장기적인 원전 생태계 유지는 어렵고, 대책 없이 넘쳐나는 사용후 핵연료 문제는 오히려 지속적인 갈등만 야기할 것이라는 점이다. 원전 산업의 지속가능성에 있어 가장 큰 위협 요소는 여전히 미결 상태인 안전과 환경문제다. 시대에 역행하는 케이(K)-원전 정책이 우려를 사는 이유다. 정의로운 전환과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보다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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