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5 생산라인. 현대자동차 제공
[왜냐면] 나승식 | 한국자동차연구원 원장
“보고 싶어요 포니 포니, 갖고 싶어요 포니 포니.”
전 국민에게 국산 자동차 소유의 꿈을 갖게 했던 현대자동차의 포니. 1975년 12월31일 생산에 들어간 포니로 한국은 세계에서 16번째, 아시아에서는 일본 다음으로 고유 자동차 모델을 출시한 국가가 됐다. 세계 자동차산업의 후발주자였지만 37년 만인 2012년 세계 5위 자동차 대국으로 우뚝 서게 됐다.
자동차산업은 한국을 제조업 강국으로 우뚝 서게 한 동력이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특히 지난해 세계 자동차산업을 휘청이게 한 차량용 반도체 등 공급망 불안 속에서도 세계 5위의 자리를 지켜내는 저력을 보였다. 1999년 자동차 수출 1000만대 달성을 기념해 제정된 ‘자동차의 날’(5월12일)이 올해 더 뜻깊었던 이유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비약적 성장기를 넘어 경제를 떠받치는 든든한 버팀목 구실을 하고 있다. 제조업 생산의 13%를 차지하고, 부가가치 12%를 만들어내며, 전체 고용의 약 12%를 담당하는 핵심 주력 산업이다.
하지만 미래차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대격변기를 앞두고 지금의 영광에 머물러선 안 된다. 다가올 자동차산업의 경쟁구도는 지난 반세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지금까지 경쟁했던 세계 자동차업계뿐 아니라 테슬라, 소니, 애플 등 빅테크기업이라 불리는 새로운 경쟁자들의 위협도 거세다.
산업을 키우는 것은 아이를 기르는 일과도 같다. 성장하고 성숙하는 ‘타이밍’이 있다. 적절한 시기에 양질의 영양분과 성장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금세 뒤처진다.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이 미래차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유다.
국내 자동차산업이 미래차 시대에도 성장곡선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이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다행히 윤석열 정부는 미래 전략산업 중 하나로 미래 모빌리티를 꼽고 생태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친환경, 지능화, 서비스화로 요약되는 미래차 산업의 혁신 흐름을 주도하기 위해선 현재 제조업 중심의 수직적 가치사슬에서 서비스라는 새로운 생태계를 융합한 수평적 가치사슬로 전환해야 한다.
한국이 후발주자 중 거의 유일하게 자동차산업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부품산업 경쟁력이 든든히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목표한 대로 2030년까지 자동차 부품 업체 1200곳을 미래차 부품 기업으로 전환한다면 ‘모빌리티 산업 강국’의 토대는 더욱 튼튼해질 것이다.
위기의 다른 이름은 기회다. 수직적·폐쇄적 구조로 굳어진 자동차산업 생태계를 자율과 상호협력 중심의 구조로 바꿔나가야 한다. 중국 춘추시대 역사서 <국어>에 ‘중지성성’(衆志成城)이란 말이 있다. ‘여러 사람의 뜻이 하나로 뭉치면 견고한 성을 이룬다’는 뜻으로 힘을 합치면 못할 일이 없다는 의미다. 산·학·연·관이 힘을 합쳐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 1등 국가’로 도약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