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보호재판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 넷플릭스 제공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촉법소년 연령기준 현실화’가 포함됨에 따라, 지난달 법무부가 관련 태스크포스팀(팀장 차순길 정책기획단장)을 꾸렸다. 정부 차원에서 방향이 정해진 만큼, 태스크포스팀은 법률 검토 등을 거쳐 현재 10살 이상~14살 미만인 촉법소년 연령을 한두살 낮추는 소년법 개정안을 내놓을 전망이다. 촉법소년 연령 조정에 앞서 살피고 짚어볼 대목은 없는지 두 전문가의 글을 싣는다.
[왜냐면] 최원훈 | 법무부 인천보호관찰소 소년과 책임관
2017년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이후 촉법소년과 소년범죄 관련 기사가 연일 자극적인 제목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도 촉법소년·소년범죄 문제는 가장 많은 호응을 끌어내는 주제다. 하지만 이에 관한 대중의 분노와 냉소, 일부 흉포한 강력범죄에 편중된 언론 보도는 엄벌주의만이 해결책이라는 확증편향에 빠질 위험도 크다.
소년법 폐지 및 개정을 주장하는 이들은 요즘 청소년들은 형법이 제정된 1953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신체적으로 성숙했고, 정신적으로 영악해졌으며 그에 따라 범죄도 나날이 흉포화·지능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요즘 청소년이 영악해진 데에는 정보화 사회의 영향이 크다. 걸음마를 시작하면서부터 최첨단 기술의 총아인 스마트폰을 손에 쥔 아이들은 수많은 정보를 검색하고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범죄 관련 정보도 예외가 아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정보화 사회는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범죄를 만들어낸다. 초등학생과 중고생도 시·공간 제약 없이 휴대폰으로 온라인 도박사이트에 접속해 도박할 수 있고, 인터넷에 물품을 판매한다는 글을 올린 뒤 돈을 입금받고 물건을 보내지 않아 사기범이 될 수 있다. 보호자의 명의로 가입한 휴대폰 번호로 렌터카앱을 통해 차를 빌리면 무면허 운전도 가능하다. 속도와 영상의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10대들은 예전보다 충동적이고 기다림에 익숙하지 않다.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범죄가 스마트폰 몇번 터치하면 가능한 환경 속에서 범죄의 유혹에 쉽게 빠져든다.
여기에 비행청소년 상당수는 결손가정에서 성장하거나 가정이 해체돼 방임되고, 가정폭력과 학대의 피해자다. 입시경쟁에 바쁜 학교는 학교대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비행청소년들을 끝까지 감싸 안을 여유가 없다. 결국 비슷한 환경에서 성장하고 그들만의 문화를 공유하는 친구들과 어울리고, 이들을 준거집단으로 삼으면서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소년범죄의 원인은 이처럼 복합적이고, 소년범은 스마트폰 속 세상과 현실을 수시로 오가며 충동적으로 비행하는 입체적 인물이다. 따라서 소년범 혐오에 기반한 감정적 대응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냉철하고 합리적인 소년범죄 예방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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