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7월 경기 파주시 임진각 비무장지대(DMZ). 사진 김윤명

김윤명 상명대 특임교수 보이지 않는 한 줄 가시 박힌 선이 서로를 갈라놓은 게, 70년이 훨씬 넘었다. 그 시절 배고팠고, 무서웠던 기억 갖고 있던 이들도 떠나고 고향 보이는 언덕에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대신, 그 시절을 책으로 보거나, 학교에서 글로 배운 이들만 있다. 더 이상, 아픔을 이유로 철조망을 거두어들일 필요가 없는 그런 때가 돼버리면 어쩌지? 이쪽이나 저쪽이나 철조망처럼, 녹슬어 가면 그냥인 것을…. 철조망에서 음악소리가 들린다. 지나가는 바람이 연주를 하는 듯, 바람은 가시에 찔려 아픈 소리를 속으로만 낸다. 그래도 바람아, 아픈 소리를 내다오. 아직도 이쪽이나 저쪽에서 한 없이 아들을, 딸을, 엄마를, 아부지를, 남편을, 아내를, 할머니를, 할아버지를, 누나를, 언니를, 형을, 동생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 아니 먼지가 되었어도 못 잊을 테니, 그 노래를 들려다오. 바람아, 어쩌면 아직은 소리 내어 울어도 좋을 때이니, 애타게 부르던 그 소리라도 이쪽이나 저쪽에 다 들려다오. PS. 1953.7.27. 한국전쟁은 단지 멈추었다, 2022.7.27. 언제 끝날지 기약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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