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왜냐면

초등 전일제학교, 진단도 처방도 틀렸다

등록 2022-08-03 19:30수정 2022-08-04 02:38

2020년 11월6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돌봄교실 수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11월6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돌봄교실 수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유성동 | 금산 신대초 교사

교육과 돌봄의 국가 책임을 목표로 초등전일제 교육이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일선 학교는 혼란스럽다.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시간에’를 지향하는 온종일 돌봄체계는 2018년 이후 전 학년 및 오후 7시 돌봄, 다함께돌봄 사업 등으로 확대돼왔다. 이에 대한 효과 분석이 우선임에도 ‘초등 전일제학교’ 도입이 최근 국회에서 관련 정책 토론회까지 열리며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재 초·중등학교는 전일제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전일제’ 표방은 명백한 오류다. 초등 1·2학년 정규수업이 4·5교시로 이뤄진 것은 그들의 신체적·정서적·사회적 발달단계를 고려해서다. 이를 전일제로 인식하지 않는 것은 해당 아동 연령의 특수성을 무시하는 것이고, 어른 중심의 편협된 시각과 논리의 투영이다.

토론회에서 발제자는 초등 전일제학교 정책이 기존 방과후 학교와 초등 돌봄교실 운영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과후 학교와 초등돌봄의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하는 정책은 또 다른 파국을 낳을 것임을 에둘러 경고한 거다. 토론회에서 방과후 학교와 돌봄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면 안 된다는 교육당국자 발언은 대한민국 방과후 학교와 초등돌봄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교육형 돌봄’이란 정치적 수사와 그것에 부역하는 관료적 태도 속에 초등돌봄은 갈 길을 잃었다.

돌봄의 국가 책임을 표방하려면 초등돌봄을 학교라는 울타리에 가둬선 안 된다. 돌봄 현안이 복지라는 큰 담론 속에서 논의될 때 국가 시스템의 정교한 관리를 받을 수 있다. 국가가 보유한 자산과 역량이 최선의 방식으로 초등돌봄에 몰입되는 상황이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이다.

초등돌봄 확대가 시간 측면으로 국한되어도 안 된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실시한 2021 교육여론조사를 보면 초등 방과후 돌봄 서비스 주체에 대한 물음에 전체 응답자의 67.3%, 학부모 응답자의 58.6%가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팬데믹 대처의 취약성 등 학교 중심 돌봄에 대한 불만과 대안 찾기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지역사회로 공간적 확장이 이뤄진 초등돌봄의 우수 사례는 여러 지역에서 볼 수 있다. 돌봄이 학교 밖으로 확장된 지역은 등교 전 아침 돌봄, 저녁 돌봄, 토요 돌봄, 방학 돌봄 등이 큰 갈등이나 경쟁 없이 실시되고 있다. 간병 서비스와 밥상 돌봄까지 하는 곳도 있다.

방과후 학교 참여율이 2014년 59.3%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8년 51%까지 떨어진 통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육 수요자는 방과후 교육활동의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제고를 원하고 있고, 이에 대한 개선 없이 사교육 수요를 끌어내리는 일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돌봄의 국가 책임을 강조하는 정부에 돌봄의 질적 제고를 위한 범정부 위원회를 제안한다. 최상의 돌봄은 가정 돌봄이다. ‘내 아이 낳아 키울 만하다’고 느껴지는 고용노동정책 마련이 먼저다. 돌봄 문제는 공적·사회적으로 해결할 사안이지 학교 단독으로 책임질 일이 아니다. 당사자 동의 여부를 물을 수 없는 조건에서 소수만을 한 공간에 10시간 이상 머물게 하는 비교육적 인권침해 시도에 반대한다. 초등생에게 정서적 흙수저와 애착 손상을 권하는 모양새가 국가책임이란 명목으로 강요돼선 안 될 일이다. 양질의 돌봄 실현을 위한 범정부적 노력과 그 방법을 찾는 과정이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일 것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