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왜냐면] 학교폭력 해결을 위한 두 가지 제언① | 소도후(필명) 경기도교육청 소속 중등교사
학교폭력 문제로 시끄럽다. 정치인과 언론은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허점을 지적하며 더욱 강화된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논의에는 학교폭력을 처리하는 교육 현장과 피해자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현 학교폭력예방법이 왜 문제가 있는지 현장 교사의 눈으로 전달하고자 한다.
학교폭력이 일어났다. 피해자는 무엇에 관심을 가질까? 가해자를 엄벌하는 것일까? 아니다. 가해자가 자신에게 진정한 사과를 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런데 학교폭력 처리 절차를 보면 피해자와 가해자가 만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때 자신의 마음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지금은 무엇을 원하는지, 나중에 어떤 관계로 남아 있고 싶은지 대화를 나눌 시간과 기회를 갖기에는 근원적 결함이 있다.
피해자가 학교폭력을 신고하면, 학교폭력전담교사는 피해자의 분리 의사에 따라 가해자를 분리한다. 가해자에게는 학교폭력 신고가 들어왔으니 사실관계를 파악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이때 학교폭력전담교사는 중립적인 입장으로 육하원칙에 따라 사실관계를 파악하면 그만이다. 만약 교사 개인의 감정과 관점을 개입하면 양쪽 당사자들에게 편파적이라는 민원을 심하게 당할 수 있다.
“네, 잘못했습니다. 다음부터 안 그러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가해자는 거의 없다. 자기 잘못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잘못을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피해자와 직면해야 한다. 가해자는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자신의 행동이 피해자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 피해자는 어떤 마음이었는지를 잘 모른다. 잘 모르는데 어떻게 사과하고 책임질 수 있겠는가?
어떤 이는 이렇게 질문할 수도 있겠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가해자와 즉시 분리하는 것은 적절한 방침이 아닐까요?” 그런데 학교폭력의 양상은 매우 다채롭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는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되 그 피해가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사안에 대해서만 하면 되는 것이다.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후보자 자녀의 학교폭력도 해당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예방법의 절차에 따라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학교폭력예방법은 예방이 중점이 아니라 법적인 사후 처리가 중점이다. 가해자 부모가 법과 행정의 절차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혹한다. 그것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호소를 진심으로 듣지 못하는 가해자는 인간으로서 윤리적 책무를 갖출 가능성이 작다. 윤리적 책무도 갖추지 못했는데 어떻게 법적 책임을 온전히 지겠다고 인정하겠는가? 윤리적 책무는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게 아니라 교육해야 익힐 수 있다. 피해자가 자기 목소리를 충분히 낼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학교폭력예방법은 교육의 본질에 기본 바탕을 두고 법적 보완을 해나가야 한다. 처음부터 처벌 위주의 법적인 접근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은 피해자를 소외시킬 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회피를 조장하여 법적 실효성도 떨어진다. 교육공동체의 평화를 유지하고 관계를 회복하는데도 어렵게 한다.
지난해 학교폭력전담교사 업무를 맡았던 분이 전체 선생님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올 한 해 사안 처리를 하느라 200건 훌쩍 넘게 결재를 올렸는데, 그 노력이 아이들 문제를 해결하는데 1도 도움이 안 되는 일이어서 너무 화가 나고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다음에는 이 일을 절대 하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