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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02 16:22 수정 : 2005.01.02 16:22

“국가보안법이 없으면 우리는 다 죽는다. 이 법이 사라지면 대한민국은 북한에 의해 전복된다”는 수구 세력의 말은 자신들만의 세상을 영원히 누리기 위해 지어낸 광고문구일 뿐이다. 주체적인 사고를 하는 자유인이라면, 누군가의 배타적 이익을 위해 부화뇌동할 이유가 없다.

<화씨 9/11>로 유명해진 마이클 무어 감독은 그의 전작 <볼링 포 콜럼바인>에서 미국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국민을 통제하는지, 군·산 복합체가 어떻게 총을 팔아먹는지를 추적한다. 텔레비전과 각종 매체에서는 이웃에 의한 범죄의 위험성을 대대적으로 알리고, 사람들은 참을 수 없는 두려움에 너나없이 총포상으로 달려간다.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은 단지 있을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짙은 개연성 수준으로 끌어올려 그것에 대한 일반의 공포감을 이용하여 이익을 추구한다. 공포감은 개연성을 넘어 현실이 되기 시작하고, 아무도 그것에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국가보안법이란 존재도 결국 이런 것이 아닐까?

보수언론과 보수단체들은 안보의 불안을 부풀려 국민 사이에 공포감을 조성하고 변화와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대화해 끊임없는 과거 회귀를 구하고자 한다. 기득권 세력의 이러한 광고효과에 경도된 사람들은 ‘수구’라는 상품을 구입하게 되고 스스로 변화에 맞서 싸우는 자유의 전사임을 자랑스러워한다. ‘수구’ 상품을 많은 사람이 구입해야 우리 사회는 오른쪽으로 오른쪽으로 계속 전진할 수 있으니, 비싼 개런티를 치르고라도 국가보안법을 잡고 싶은 심정일 것이 뻔하다. 국가보안법을 이용해야 용공조작과 공포를 매개로 한 통제정책을 계속 이어갈 수 있으며, 그것만이 자신들의 깃털 같은 정체성을 증명해 줄 지킴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차기연도 예산안 심의, 민생법안 처리, 자기 조직에 대한 비난, 자기 정당의 몰락, 훼손되는 민주주의와 공동체를 두고도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국가보안법의 존치를 위해서는 모든 가치와 합리성을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구세력의 거짓말에 의해 조성된 두려움은 언제든 빗나갈 수 있고, 이미 빗나가고 있다. 안보 불안감 속에 소수에 의한 무차별적 억압은 체제존속을 위해 정당화되며, 외부 특히 북한에 대한 공격적 담론의 형성은 애국을 위한 충분조건이 된다.


“이 약을 먹지 않으면 분명히 아플 것이며, 이 옷을 입지 않으면 유행에 뒤떨어져 왕따를 당할 것이며, 이 집에 살지 않으면 삼류 인생이며, 이 차를 타지 않으면 명예와 철학이 없는 사람이 된다.” 이러한 광고 문구가 주는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우리는 필요 없는 비생산적인 소비를 하게 되며, 그 순간 당신은 당신 자신의 의지를 배신하게 되고 자신을 통째로 잃게 된다.

국가보안법과 관련한 수구세력의 주문도 마찬가지다. “이 법이 없으면 우리는 다 죽는다. 이 법이 사라지면 대한민국은 북한에 의해 전복된다”는 말은 저질스런 광고일 뿐이다. 수구세력이 자신들이 가진 부와 권력을 빼앗기지 않고 자신들만의 세상을 영원히 누리기 위해, 모두 잘사는 세상을 향한 변화를 거부하기 위해 지어낸 그럴듯한 광고 카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당신이 주체적인 사고를 하는 자유인이라면, 누군가의 배타적 이익을 위해 부화뇌동할 이유는 전혀 없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옳으냐는 판단과 그 근거들은 모두 당신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박이군/강원도 춘천시 석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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