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애/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
왜냐면 |
응급의료사업 지방 이양의 문제점 |
응급의료체계 구축용 예산인 응급의료기금을 폐지하고 일반회계로 이관하는 방안과 응급의료센터 지정 업무를 보건복지부에서 시·도로 옮기는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이런 논의가 생명 보호를 위한 시급한 국정과제의 실종을 부르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가는 헌법 제36조 3항의 규정에 의해 모든 국민의 보건에 관하여 보호할 의무를 가진다. 보건의료 중에서도 응급의료는 평상시 가장 많은 국민의 생명 손실을 불러오는 분야이므로 영리 목적보다는 공공성 유지와 국가적 책임이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우리나라는 외상환자의 예방가능한 사망률이 50.4%(1999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며 이는 적절한 응급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면 살릴 수 있는 생명이 둘 중 한 명임을 의미한다. 선진국의 경우 외상환자의 예방가능 사망률이 10%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우리 사회의 사회안전망과 공공의료의 취약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최근 대통령 산하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는 ‘특별회계 및 기금정비 방안’에서 응급의료기금을 폐지하고 일반회계로 이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지방이양추진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소관의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 등에 관한 사무를 시도로 이관하는 문제를 심의할 예정이다. 이러한 논의는 응급의료체계 구축이라는 국정과제에 대해 정부 내의 엇박자를 드러냄은 물론 국민 생명 보호를 위한 시급한 국정과제가 실종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
정부는 2002년에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2003년부터 교통범칙금의 20%에 해당하는 예산을 응급의료기금으로 대폭 확충하여 응급의료체계 구축사업에 투자해 왔다. 먼저 응급의료진료권 분석을 하여 응급의료자원의 분포와 주민의 수와 생활권을 감안하여 전국적으로 균형적인 응급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권역 및 지역응급의료센터의 시설, 인력, 장비 수준을 평가하여 지원금을 배분하거나 기준에 미달하는 센터를 지정 취소 혹은 시도에 권고함으로써 응급의료서비스 질을 제고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응급의료기금은 소방방재청의 구급장비와 시설을 확충하는 데 사용되어 병원 전단계의 수준도 향상되고 있다. 이렇게 투자를 통한 응급의료체계의 개선은 곧바로 국민의 생명 보호로 직결된다. 응급의료기금을 폐지하고 일반예산으로 이관하게 되면, 일반예산 총액 내에서 배분하는 방식으로 응급의료 예산이 결정되기 때문에 재원의 안정적 확충과 나아가 예산 증액은 기대하기 어렵고 응급의료체계는 더 이상 가능하겠는가 우려할 수밖에 없다.
권역응급의료센터, 응급의료정보센터 등의 지정 권한을 현행 보건복지부에서 시·도로 이관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의 효율적인 응급의료 자원 배분과 관리가 필요한 응급의료의 특성을 무시한 행정편의적인 발상이다. 이러한 기관의 지정 및 관리는 전국적 의료자원의 분포, 인구수, 주민의 생활권 및 접근성을 고려해야 하는 시도 단위를 넘어서는 문제이므로 현행과 같이 중앙정부의 역할과 권한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 만약 이를 시·도에 이양한다면, 지역적, 정치적 요구에 의해 행정기관 중심으로 지정기관이 난립하거나 이로 인해 응급의료의 질적인 문제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시도의 경우 응급의료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어려워 지방 간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수도 있다.
또한 구급차 운영에 관한 사무와 응급환자 이송업 등에 관한 사무도 현행의 시도 혹은 시군구에서 시군구로 이양한다면, 시군구 단위의 소규모로 영업지역을 제한하는 문제, 소규모 영세업자가 난립하는 문제, 2개 이상의 시군구에 행정 처리가 필요한 문제 등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될 것이 예상된다. 현재도 이송업자가 시도 경계를 벗어나는 것을 꺼려 응급환자를 시도 경계에 내려놓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을 인식하고 응급환자 이송 문제는 반드시 제공자 중심이 아닌 응급환자 중심으로 사고하여야 한다.
정부 혁신과 지방분권화는 노무현 정부 국정과제의 하나이다. 그러나 의료의 문제는 행정적 관점보다는 의료적 관점으로 다루어야 한다. 행정사항은 잘못되어도 불편과 낭비를 초래할 뿐이지만 응급의료는 행정이 잘못되면 곧바로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조경애/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
조경애/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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