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미래 위해 ‘일본위 가과’ 받아내야 |
일본의 독도 망언과 관련해 북한은 ‘조선반도 재침의 전주곡’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과거 우리 정부가 경제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조인했던 한-일 협정이 그랬던 것처럼 오늘의 우리가 보이는 미지근한 반응이 훗날 우리 후손들에게 더 큰 짐이 될지 모른다.
얼마 전 열린 한·중·일 국가대항전 바둑 대회에서 이창호 9단이 잇따라 다섯판을 이기며 상대들을 물리치고 한국에 우승을 안겨주었다. 이창호의 오랜만의 우승 그 자체도 기뻤지만, 많은 이들은 일본인 상대를 눌렀다는 것에 더 열광했다. 일제 식민 지배라는 특수한 관계 때문인지 우리 국민은 일본과 겨루는 일이라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관심이 높다. 모두에게 다 지더라도 일본한테만은 꼭 이기고 싶어 하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성이다.
최근 일본에서 들려오는 독도 관련 발언과 일제 강점기와 관련한 과거사 문제는 우리에게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일본을 향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일본의 보상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한 적이 있지만, 눈에 보이는 후속 조처는 없고 일본의 반응 역시 별일 아니라는 식이다.
이는 그동안 우리 정부가 한 행동의 결과다.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 1965년 한-일 협정 당시 박정희 정부는 36년에 걸친 국민의 고통을 자신들의 뜻대로 헐값에 팔아넘겼다. 분명 우리가 큰소리 칠 수 있는 입장이었지만 경제성장이라는 미명 아래 그들만의 논리대로 협정을 맺었다. 이는 경제적으로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지만 합당한 보상을 받기 위해 협정을 맺지 않은 북한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협상의 당사자였던 김종필씨는 미래적 과제를 위해 정부로서는 최선(?)을 다한 것이라 했지만, 그것은 미래 한국에 벗을 수 없는 무거운 과거사의 짐을 안겨주었다.
냉정하게 봤을 때 한-일 협정의 전면적인 재협상은 불가능하다. 한-일 협정은 명백한 국제적 약속이며, 어리석은 우리 정부가 스스로 맺은 것이다. 재협상을 하자는 요구는 일본의 처지에서 보면 억지일 뿐이다. 어차피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을 사는 우리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는 일본을 향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한-일 협정으로 경제적인 보상을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적어도 진심 어린 사과라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이미 저세상으로 간 일제 치하 피해자들의 억울한 넋이라도 편히 쉴 수 있도록, 일본에 사죄를 요청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발언은 정략에 의한 일회적인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일본의 최근 독도 망언과 관련해 북한은 ‘조선반도 재침의 전주곡’이라며 강력한 발언을 했다. 과거 우리 정부가 경제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조인했던 한-일 협정이 그랬던 것처럼 오늘의 우리가 보이는 미지근한 반응이 훗날 우리 후손들에게 더 큰 짐이 될지 모른다. 일본과의 경제 협력, 한류 열풍의 긍정적인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서라는 ‘오늘의 이유’가 미래 세대에게는 ‘과거 그들이 했던 변명’과 같아지지 않기를 바란다.
최정희/취업준비생, 서울 용산구 한남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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