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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3 16:22 수정 : 2005.03.23 16:22

오늘도 텔레비전을 틀면 어김없이 아파트 광고가 홍수처럼 쏟아진다. 마구잡이로 아파트를 지어 사람들을 도시로 끌어 모은 뒤 생기는 문제점은 누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막무가내 개발에서 비롯된 탁한 공기를 상업적으로 이용해 만든 공기청정기가 필수품이 되는 요즘, 병 주고 약 파는 격의 행정은 없어져야 한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는 인지도가 있는 건설 회사들이 너도나도 아파트 짓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직 도시화가 되지 않은 곳이면 어김없이 아파트가 들어선다. 주위에 이렇다할 거주 환경은 조성조차 하지 않은 채로 말이다. 그렇게 지어진 아파트들은, 유명 연예인의 얼굴을 ‘전속모델’ 삼아 광고를 하기 시작한다. 이름도 무슨 중세시대 유럽을 표방하듯 ‘○○힐’, ‘○○빌’ 등으로 붙이면서 말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는 단순히 집 이상이 아니라 개발의 상징이며 부의 근원으로 자리잡아 왔다. 그런 탓에 결혼한 부부들의 꿈은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하는 것이다. 이렇게 소박한 꿈이 변질되어, 지은 지 10여년이 지나면 너도나도 재개발을 외쳐대고, 안전상의 문제를 들먹이며 ‘편안하게 살 권리’를 외친다. 사실, 목적은 다른 데 있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왜 최근 몇 해 동안 아파트가 무슨 의무처럼 다닥다닥 지어지고 있는지, 그 이유가 매우 궁금했다. 우리나라 사람들 대다수의 의견을 따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좁은 땅덩어리에 가장 이상적인 거주형태여서 그런 것인지도 궁금했지만, 요모조모 따져보아도 내가 내린 결론은 그저 ‘편안한 거주환경에 빗댄 유행’뿐이다.

우리나라의 도시들은 어디가나 똑같다는 말을 듣는다. 그 지역의 특색을 잘 살리지 않고 무조건 최신식으로 개발만 했으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땅도 좁고 자원도 없는 나라라면, 국가적으로 가장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관광사업일 텐데, 우리는 그런 면에서는 한참 뒤처져 있다. 당장 서울만해도 그렇다. 탁 트인 한강 하나만으로도 멋진 관광 상품이 될 터인데, 강에 나가 보면 울퉁불퉁 제멋대로 솟아오른 아파트뿐이니, 이것이 무슨 매력이 되겠는가.

또한 아파트를 짓고 나서도 문제다. 그 중 하나를 들면, 아파트를 지은 뒤 단지 안에 상가 건물을 건설하게 되는데, 건물은 반듯하고 예쁘게 짓고 나서 그 위에 크기와 색깔이 모두 제멋대로인 간판을 다닥다닥 붙이니, 건물을 아무리 멋지게 지어봤자 무슨 소용이겠는가. 도시 미관은 생각지 않은 채 자신들의 가게 간판만 두드러지게 하여 장삿속만 챙기는 사람들의 이기심이 여기에 크게 한몫을 하는 것이다.

오늘도 텔레비전을 틀면 어김없이 아파트 광고가 홍수처럼 쏟아진다. 옛날엔 그저 살기 편함을 강조했는데, 요새는 하도 ‘웰빙’이 유행하고 새집 증후군이 문제가 되니 자신들 아파트는 처음부터 자연과 하나임을 강조하는 광고가 대부분이다. 처음부터 그런 문제점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지어놓고, 나중에 나오는 문제점의 해결책을 다시 광고 주제로 삼는 대단한 상술에 혀를 차게 된다. 이야말로 병 주고 약 파는 격이 아니겠는가.

나는 우리나라 행정의 문제점이 ‘크게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마구잡이로 아파트를 지어 사람들을 도시로 다 끌어 모은 후에 생기는 문제점은 누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다른 유형의 집이 유행하면 지금의 아파트들은 다 부술 것인가? 그때의 부작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 막무가내 개발로 인한 탁한 공기를 상업적으로 이용해 만든 공기청정기가 필수품이 되고 있는 요즘, 더는 사람들이 병 주고 약 파는 격의 행정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주연/서울시 노원구 하계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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