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3.30 17:01 수정 : 2005.03.30 17:01

일본군 위안부, 역사교과서 문제와는 반대로 독도 문제는 가능한 한 국제 이슈화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투신 자살, 분신, 단지 등으로 독도에 대한 일본과 국제사회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우를 범하고 있다. 외신에 보도되면 그게 곧 독도 문제의 공론화이고 시마네현 어부들이 손뼉치고 좋아할 일이다.

일본 시마네현 의회가 ‘독도(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하면서 국내에서 이에 대한 격심한 반발이 일고 있다.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와 맞물려 반일 감정이 치솟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적인 대응이 과연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 냉철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많은 이들이 우려하듯이 시마네현의 조례가 우리 독도의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마산 시의회가 ‘대마도의 날’을 제정하였다고 해서 쓰시마가 우리 땅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듯이, 국제법상 시마네현의 행위는 그 자체로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2차 대전 이후, 국제법은 영토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의무화하였고 잘 지켜져 왔기 때문에 일각에서 우려하듯이 일본이 무력으로 독도를 빼앗는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는 얘기다. 결국 일본이 택할 수 있는 길은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밖에 없는데, 국제사법재판소는 영토 문제에 관한 재판을 하기 위해서는 당사국 쌍방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반대하는 한 독도 문제가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될 수는 없다.

정치적으로, 일본이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져가게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하나는, 독도가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르는 대다수 일본인들에게 독도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국제사회에 독도 문제를 부각시켜 분쟁지역으로 인식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로서는 일본군 위안부,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와는 반대로 독도 문제는 가능한 한 국제 이슈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말로는 일본의 뜻대로 독도 문제를 국제 공론화해서는 안 된다며, 행동으로는 투신, 분신, 단지 등 독도에 대한 일본과 국제사회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우를 범하고 있다. 일본의 주요 신문들이 독도 문제를 1면 기사로 내보내고, 국회의원들이 독도를 방문하고 한강에서 투신까지 하는 것이 외신에 보도되면 그게 곧 독도 문제의 공론화이고 시마네현 어부들이 손뼉치고 좋아할 일이다.

만에 하나 독도 문제가 국제사법재판소에 간다면, 판단 기준은 어느 나라가 먼저 지속적으로 실효적 지배를 행사하기 시작하였느냐가 된다. 일본의 경우, 1905년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처음 주장한 이래, 지속적으로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해 왔다. 광복 뒤 우리나라가 독도를 되찾은 이후에도 일본 정부는 우리가 독도를 “점거”하였다며 꾸준히 이의를 제기해 왔다. 그러므로 재판소의 유일한 판단 기준은 1905년 이전에 한국과 일본 중에 어느 나라가 더 일찍 실효적 지배를 행사했느냐다.


따라서 우리가 앞으로 50년만 더 독도를 점유하면 실효적으로 통치한 지 100년이 되므로 독도가 영구히 우리 땅이 된다거나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강화하기 위해서 실효적인 지배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지금 2005년에 우리가 아무리 독도에 관광객을 보내고 해병대를 배치시켜 실효적 지배를 ‘강화’한다고 해도, 1905년 이전의 영유권 행사가 관건인 국제 재판에서는 의미가 없다.

한-일 어업협정 때문에 우리의 독도 영유권이 약해졌기 때문에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어업 수역은 영해와는 다르며, 경제 활동이 있는 유인도만을 획정시 기준으로 삼도록 되어 있다. 독도 수비대 이외에 상주 주민이 없으며 경제활동이 없는 독도는 따라서 국제법상 획정 기준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독도 주위 바다가 공동수역에 포함된 것이다. 현재 공동수역에서의 어획량은 우리가 일본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데, 이를 재협상하자는 것은 국익에도 반한다.

우리가 지난 50년 동안 실질적으로 영유해 왔고 앞으로도 영유할 독도를 우리 품에 놔두고 싶으면 조용히 품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순간적인 분노에 휩싸여 앞뒤 가리지 않고 성을 내기보다는 무엇이 진정한 국익인지, 어떻게 하면 이를 지킬 수 있을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지혜가 아쉽다.

신희석/연세대 경제학과 4학년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