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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KTX 민영화 논란 키우는 국토교통부 / 김영훈

등록 2013-06-20 19:14수정 2013-12-17 09:13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했다가 포기한 케이티엑스(KTX) 민영화 논란이 다시 뜨겁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민적 동의 없는 케이티엑스 민영화는 반대한다’고 공약했으나 국토부는 대통령 공약이 무색할 정도로 ‘은밀하게’ 케이티엑스 민영화를 다시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17일 국회보고를 통해 현재 추진하는 철도산업 구조개편 방안은 독일식 모델로서 2015년 개통 예정인 수서발 케이티엑스 운영 주체는 철도공사 자회사를 설립하여 철도공사가 운영하는 서울·용산발 케이티엑스와 경쟁체제를 도입하고자 하는 것이지 민영화는 아니라고 강변했다.

민영화 논란이 처음 제기되었던 김대중 정부 시절 ‘세계 대부분 나라는 민영철도’라고 사실을 왜곡했던 국토부가 이제는 절대 민영화는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 격세지감이기는 하지만 국토부 주장의 본질이 케이티엑스 민영화의 다른 표현에 불과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자회사와 모회사를 경쟁시킨다는 발상 자체가 유례가 없는 것이지만 수서발 케이티엑스와 서울역발 케이티엑스는 동일한 차량으로 평택부터 부산까지 동일한 선로와 역을 운행하는데 어떤 경쟁 효과가 나타나는지 국민들은 알 길이 없다.

독점체제를 깨기 위한 경쟁체제라고 하지만 수서발 케이티엑스는 운영 주체가 민영철도회사이건 철도공사 자회사이건 그 지역 독점운영 주체다. 강북에 사는 시민이 수서발 케이티엑스를 선호한다는 이유로 시간과 비용을 들어가며 가까운 서울역을 두고 수서역까지 갈 것인가? 다시 말해 부산역에서 서울로 가는 고객의 입장에서 서울행이냐? 수서행이냐?의 판단기준은 종착역에서 최종 목적지까지의 합리성에 기초한 것이지 수서행 케이티엑스의 서비스가 좋기 때문에 남대문시장에 볼 일이 있는 고객이 수서역 도착 케이티엑스를 선택하여 다시 남대문시장으로 오진 않는다. 시민들이 항공기에 비해 도심접근성에 절대 강점이 있는 고속철도를 선택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 영역에서 수천억원의 추가비용을 들여가며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민영화를 위한 ‘개문발차’이거나 퇴직 관료들의 낙하산을 위한 산하기관을 늘리기에 다름 아니다.

대중교통체제에서 통합시스템이 경쟁시스템보다 우월하다는 것은 이미 버스·지하철 통합운영체계를 통해 입증되었다. 민영지하철 9호선이 기존 전철망과 환승이 불가하다면 그 노선만으로 운영이 가능한가? 그리고 그러한 것이 효율적인가?

국토부는 독점=악, 경쟁=선이라는 구도로 민영화 반대 여론을 피해 갈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최근 발표된 우리나라 통신비의 가계지출 비중은 7%로 오이시디(OECD) 국가 평균 2.7%의 두배가 넘는다. 복수의 민영통신회사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데 통신비 인하는 왜 안 되는 것인가? 높은 요금으로 인해 민영통신회사의 이득은 한해 수천억원에 달하지만 서민들에게는 무거운 짐이 될 뿐이다.

끝으로 국토부가 독일 모델을 주장하려면 최소한 몇 가지 전제가 있어야 한다. 독일은 새로운 철도발전전략을 마련하는 데서 이해 당사자 간 지루할 만큼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진행했다. 1989년에 시작된 논의는 94년까지 철도 민영화에 가장 격렬하게 저항했던 철도노조를 비롯한 각계각층과 전문가, 관료와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었으며 독일 정부가 본격적인 철도 재생의 길을 열게 된 것은 철도노조와 정부 간 공동결정과 합의에 있었다.

얼마 전까지 수십조원의 국민 세금이 투입된 고속철도를 재벌에 매각하려던 정부가 불과 몇 달 만에 자신들의 주장에 동의하는 몇몇 인사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고 하면서 ‘독일 모델’ 운운하는 것은 또 다른 국민 기만이다. 17일 국토부 국회보고가 진행되는 순간 임기를 절반도 채우지 못한 철도공사 사장은 특별한 사유도 없이 스스로 물러났다고 하니 이런 독일식은 지구상에 없는 게 분명하다.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철도기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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