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본적으로 파업에 비우호적인 사람이다. 그러나 이번 철도노조의 파업은 강력히 지지한다. 철도노조가 철도산업의 붕괴와 코레일의 파산을 두고 볼 수 없어 나선 절체절명의 파업이기 때문이다. 나는 2012년 여름 대전에서 열린 경실련 주최 토론회에서 정부가 수서발 케이티엑스(KTX)를 쪼갤 때는 철도노조가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나는 왜 국토교통부가 수서발 케이티엑스를 쪼개려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그 이유를 수수께끼 풀듯 국토교통부 관료들이 코레일에 한풀이를 하는 것이거나 퇴임 뒤 자리 마련을 위한 것이라고 추측할 정도로 그 논리가 빈약하다. 국토교통부가 주장하는 경쟁체제는 설득력이 없다. 철도는 구조적으로 지역독점으로서 경쟁이 되지 않고, 네트워크 산업에 가뜩이나 규모의 경제에도 미달한 한국 철도를 쪼갠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애초에 철도산업은 경쟁이익이 없는 산업이다. 2008년 11월의 미국 육상운송국(STB) 보고서는 “철도산업의 특성상 경쟁보다는 효과적인 규제가 바람직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17조6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부채를 안고 있는데다 매년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코레일은 수서발 케이티엑스를 쪼개버리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케이티엑스의 수도권 동부지역 승객을 빼앗기면 코레일의 적자는 수직상승하고 그 적자는 모두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코레일 사장이 되기 전에는 “수서발 케이티엑스 자회사 분리 운영은 궁극적으로 철도 민영화를 낳을 것이며, 수서발 케이티엑스 자회사 분리 운영이 효율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없다”며 수서발 케이티엑스 분리를 반대해 왔던 최연혜 사장은 “수서발 케이티엑스는 철도 운영과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 코레일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이다. 코레일이 흑자를 내면 수서발 케이티엑스 지분을 사들여 100% 자회사로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우선 최 사장의 말 바꾸기가 놀랍고 민망하다. 그리고 어디에서 돈이 나와 흑자를 낸단 말인가? 이럴 때 우리는 ‘소가 웃을 소리’라고 말한다. 수서발 케이티엑스가 분리되면 코레일의 적자는 눈덩이 불듯 늘어나게 되어 있는데, 최 사장은 무슨 재주로 흑자를 낸다는 것인지? 뭔가에 홀리지 않고는 이런 소리를 할 수가 없다.
나는 최연혜 사장이 철도도 잘 알고 이 나라 최고 권력자와 선도 닿는다고 들었다. 그래서 최 사장이 국토교통부의 케이티엑스 쪼개기 음모를 온몸을 던져 저지해 줄 것으로 실낱 같은 희망을 걸었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지금 최 사장은 국토교통부의 갑질에 무릎을 꿇고 철도산업 죽이기에 앞장을 서고 있다.
수서발 케이티엑스 문제는 최 사장이 해결했어야 하는데 해결을 못해서 노조가 나선 것이다. 한국철도산업의 붕괴는 곧 철도 종사자들의 생사에 직결되는 문제이다. 마땅히 철도노조가 나설 수밖에 없다. 수서발 케이티엑스를 떼어내 가면 곧 코레일은 망하는 것이다. 내 직장이 망하는데 ‘가만히 있어라’는 소리가 먹힐 수가 없다.
최 사장은 우선 국토교통부 관료들의 부당한 처사에 맞서 논리적으로 설득을 하고, 그래도 안 되면 대통령을 만나 철도산업의 특성을 이론적으로 설명하고 수서발 케이티엑스의 분리를 막았어야 한다. 그것이 철도대학 교수, 철도청 차장, 철도공사 부사장을 역임한 뼛속까지 철도인이라 할 수 있는 최연혜 사장의 책무이다.
최 사장이 공치사로 내세우는 지분 30%, 41%, 100%는 아무 의미가 없다. 최 사장이 천년만년 코레일 사장을 할 것도 아니다. 일단 수서발 케이티엑스로 분리되면 언제든지 몇 사람이 모여 정관을 고치면 민영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진다. 지금 물꼬를 잘못 틀어놓으면 천추의 한을 남기게 된다. 한국 철도의 죽음은 곧 국민의 부담이 된다. 철도노조는 한국 철도가 죽게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임석민 한신대 사회과학대 교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