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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기초생활보장법 개악안 철회해야 한다 / 강동진

등록 2013-12-25 19:32수정 2013-12-26 08:30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복지 패러다임을 국민 개개인에게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생애주기별 맞춤형으로 전환’하겠다며 이를 위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법안은 정부가 아니라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 등 10인의 의원 이름으로 국회에 발의되었다. 정부가 제출하였을 때 공청회 등 국민 의견 수렴 등의 입법절차를 거쳐야 하기에 이를 생략하려는 꼼수다.

유재중 의원이 대표발의한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내용을 살펴보면 빈곤층을 위한 최후의 ‘사회안전망’으로서 기능하고 있는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해체하는 개악의 내용을 담고 있다. 첫째, 현행 제도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비용’으로서 ‘최저생계비’를 명시하고 이를 보장하는 것을 국가의 의무이자 국민의 권리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유재중 의원의 법안은 분명한 금액으로 정하도록 규정된 ‘최저생계비’를 ‘최저보장수준’이라는 모호하고 불확실한 개념으로 바꾸어서 정부가 자의적으로 그 수준을 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부여하고 있다. 곧 ‘최저생계비’를 해체하여 빈곤층의 최소한의 권리마저 훼손하고 있다.

둘째, 유재중 의원 법률안은 기초생활 수급자가 생계·의료·교육·주거 등 7가지 급여를 모두 누리고 있다는,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근거에 기초하여 급여를 생계·의료·주거·교육 등으로 쪼개어서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맞춤형 개별급여’로 포장하고 있다. 만약 기업주가 노동자의 임금을 생계비·의료비·주거비·교육비 등으로 나누고 쪼개서 지급한다고 하고 이를 ‘맞춤형’이라고 설명한다면 이를 용인할 수 있겠는가?

셋째, 정부는 ‘개별급여’로 전환하면서 각 급여의 주무부처를 생계급여는 보건복지부, 주거는 국토교통부, 교육급여는 교육부가 담당하도록 하고, 각 급여의 선정기준과 급여수준은 해당 주무부처 장관이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이는 앞서 ‘최저생계비’를 해체하는 것과 맞물려서 주무부처 장관의 재량으로 빈곤층의 급여수준과 권리를 결정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넷째, 그리고 부처별로 급여를 쪼개면서 수급자가 급여내용과 수준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에 대한 권리는 그 시일을 연장하거나 장관의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 박근혜 정부는 복지전달체계에서 ‘부처별 칸막이’를 없애고 ‘원스톱 서비스’를 강조하였는데, 이런 개별급여는 ‘부처별 장벽’과 복잡한 서비스전달체계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며, 관련 사회복지공무원과 수급자들을 괴롭힐 게 자명하다.

다섯째, 정부는 ‘맞춤형 개별급여’ 실시로 수급자도 늘리고 혜택도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지만, 2014년 예산안에서 이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수급자 수 늘리기는 제도실시로 예정되어 있는 2014년 10월 전까지 수급자를 계속 줄이다가 줄인 숫자만큼 늘리는 ‘조삼모사’식이었고, 각 급여는 최저생계비 인상률에도 못 미쳐서 실질적으로 삭감된 예산이 편성되었다.

이처럼 유재중 의원의 법률안은 최저생계비를 해체하고 가난한 이들의 권리를 ‘나누고 쪼개서’, 행정부 장관의 손에 맡겨버리는 ‘개악안’이다. 현재의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빈곤층의 30% 정도밖에 포괄하지 못하는 구멍이 숭숭 뚫린 허술한 제도이다. 이러한 문제는 정부자료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부양의무자기준, 낮은 최저생계비 수준, 비합리적인 소득과 재산기준 때문이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에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엉뚱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기초생활보장 개악안은 철회되어야 하며, 빈곤층 최후의 사회안전망으로서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제대로 서도록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강동진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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