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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쌀 수입허가제 폐지 대책을 질의한다 / 송기호

등록 2014-05-26 18:45

송기호 변호사
송기호 변호사
쌀은 주식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지금까지 쌀 무역을 국가가 관리하고 있다. 그렇게 하는 법이 양곡관리법이다. 이 법에서 쌀은 ‘허가 대상 미곡’이다. 쌀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허가 없이 수입하면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국회가 이 법조문을 고치지 않는 한 누구도 쌀을 자유로이 수입할 수 없다.

그동안 쌀농사를 지켜주던 이 제도가 폐지될 상황이다. 정부는 6월까지 이른바 ‘쌀 관세화’에 대한 입장을 정하겠다고 했다. 여기서 쌀 관세화라는 낯선 영어식 낱말은, 누구나 관세를 내면 쌀을 자유로이 수입할 수 있게 한다는 뜻이다. 결국 양곡관리법의 쌀 수입허가제를 폐지하겠다는 말이 된다. 제발 농민과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낱말을 쓰자.

이제 곧 6월이다. 그러므로 이동필 농림부 장관에게 다음 세 가지 사항을 공개 질의한다. 첫째, 정부가 정하겠다는 쌀 관세율은 얼마인가? 이 문제는 핵심적 사항이다. 왜냐하면 중국 쌀과 미국 쌀의 국내 판매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내 쌀값이 80㎏에 13만원이고 중국 쌀의 국제시세는 4만원이라고 하자. 정부가 쌀 관세율을 300%로 정하면 중국 쌀 수입상은 12만원(4만원×3)을 관세로 내야 한다. 그러면 중국 쌀의 국내 판매 가격은 16만원(국제시세 4만원+관세 12만원)이 된다.

이처럼 쌀 관세율은 쌀 수입허가제 폐지에 따른 파급 영향을 살펴볼 수 있는 핵심 근거다. 그럼에도 이 장관은 입을 꾹 다물고 있다. 6월 안으로는 결론을 내겠다면서 한사코 관세율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정부도 인정하다시피 쌀 관세율을 어떻게 계산할 것인가의 산식은 이미 세계무역기구(WTO) 조약에 나와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300%에서 500% 사이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둘째, 정부는 왜 ‘6월 안 결정, 9월 안 쌀 수출국에 통보’라는 시한에 스스로 몸을 묶는가? 국회가 양곡관리법을 개정해서 쌀 수입허가제를 폐지하지 않는 한 이른바 쌀 관세화는 불가능하다. 이런 사정은 미국도 알고 중국도 알고 있다. 그 어느 나라도 한국 국회를 차지해서 양곡관리법을 바꿀 수 없다. 쌀 수입허가제 폐지 문제는 단순한 대외조약에 대한 해석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이 선택해서 결정하는 국내 문제다. 국회가 올해 연말까지 쌀 수입허가제를 폐지하지 않더라도 주요 쌀 수출국들은 한국을 바로 제소하기 어렵다. 이유는 세 가지다. 하나, 한국은 국내 소비량의 12%나 되는 외국 쌀을 매년 수입해야 하는 국제 의무를 잘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둘, 미국의 경우 해마다 자국산 쌀 5만톤을 쿼터로 한국에 수출하는 기득권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셋, 쌀 수출국들이 한국을 제소해서 승소한들 얻을 이익이 막연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6월이니 9월이니 하는 시간표가 아니다. 시간은 우리 편이다.

마지막 질의로, 정부는 쌀 수입허가제 폐지에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는가? 쌀 관세율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외국 쌀이 자유로이 수입되더라도 국내 쌀농사를 존속시킬 대책이 있는지, 쌀농가에 꼭 필요한 농지개혁을 준비하고 있는지 공개 질의한다.

나는 위 세 가지 사항에 대한 답변이 정부와 농업계의 소통과 대화로도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농업계도 정부의 답변을 경청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헌법은 농업의 보호와 육성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이 의무가 조약보다 더 중요하다. 헌법을 지키는 장관의 답변을 기대한다.

송기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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