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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재구조화’로 위장해 진행되는 철도 민영화 / 박흥수

등록 2015-02-23 18:51수정 2015-02-23 18:51

지난 1월30일 인천공항철도 민영화의 실무 책임을 맡고 있는 코레일공항철도는 우선협상대상자로 국민·기업은행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현재 인천공항철도의 지분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88.8%, 국토교통부가 9.9%, 현대해상화재보험이 1.3%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공기업 코레일이 소유한 지분 88.8%를 금융자본에 매각하여 코레일의 부채 4조원을 갚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언론들은 부채 축소로 정부의 공기업 정상화 정책에도 기여하고 정부 재정 부담도 줄어드는 효과를 보게 된다고 보도했다.

인천공항철도 매각이 국민들과 이용자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일일까? 국토부의 설명대로라면 새로운 주인에게는 운송수입보장도 안 해주고 코레일의 부채는 부채대로 안겨주는 일이다. 이런 자선사업(?)에 지분 매입을 하겠다고 나선 당사자는 금융자본이다. 철도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대주주의 입장에서 인천공항철도는 어떤 것이겠는가? 대출금이 하루만 연체돼도 당장 경고문을 보내는 곳이 금융기관이다. 금융기업 컨소시엄이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사업을 인수하겠다고 경쟁 입찰에 나설 리가 없다는 사실은 어린아이도 알 수 있다.

인천공항철도 민간매각, 즉 인천공항철도 민영화를 국토부와 코레일은 ‘인천공항철도 재구조화 사업’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 용어에는 어떠한 가치 판단도 개입될 수 없다. 나치제국에 의해서 제정된 ‘독일 국민의 유전적 건강보호법’ 같은 법률은 비아리아인에 대한 노골적 적대의 내용이 아니라 정부가 국민의 건강권을 증진시키려는 노력의 결실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재구조화’는 제3제국의 법처럼 그 안에 담긴 내용을 교묘히 은폐하고 있다. 오히려 재구조화라는 이름 아래 무엇인가 잘못되었던 것을 개선하는 것 같은 느낌까지 준다.

그러나 인천공항철도 ‘재구조화’ 사업은 공공철도를 민영화하는 것이다. 철도와 같은 공공영역의 무분별한 민영화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그동안의 사회적 합의였다. 대통령조차도 국민이 원치 않는 철도 민영화는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2013년 말 수서발 케이티엑스(KTX) 법인 설립과정에서도 철도공사 사장은 케이티엑스가 민영화되면 선로에 누워서라도 막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현재 진행되는 인천공항철도 민영화 작업은 ‘재구조화’라는 탈을 쓰고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수서발 케이티엑스 민영화는 악이고 인천공항철도 민영화는 선인가?

국토부는 인천공항철도에 이어 동해남부선과 신설되는 수도권 전철 노선에 대한 경쟁입찰 방침에 따라 사업설명회도 열었다. 시나브로 철도산업 전반에 민영화와 무한경쟁의 물꼬를 트고 있다. 공공철도의 주인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다. 국민이 위임한 자산을 관료들이 스리슬쩍 민간에 매각하는 것은 공화국의 공무원이 할 일이 아니다. 최소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동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정부에 대해 제동을 걸 세력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의 좌충우돌 속에서 시민들의 시름은 높아지는데 야당은 보이지 않은 지 오래다. 당권 경쟁에 삿대질을 하면서도 국가의 정책적 어젠다나 현재적 과제에 대한 전망과 대안은 보여주지 않는다. 국토부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껴 인천공항철도 매각의 효과만 부각하는 다수 언론들과 존재감 없는 야당은 우리 사회의 비극이다. 비판과 견제의 부재로 정부 정책의 파행적 결과를 막을 수 없는 현실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은 온전히 서민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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