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티브이에 나온 이야기다. 대학 근처에서 평생 만두 가게를 운영했던 한 할머니께서 돈이 없어 학업을 포기하려는 학생들을 보고 학교에 장학금으로 9000여만원을 기부하셨다고 한다. 할머니 장례식 날, 장학금을 받았던 많은 학생들이 마지막 가시는 길을 함께하였다고 한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분들의 이야기는 심심찮게 들려온다.
나눔을 실천하는 많은 분들 덕분에 기부문화는 확산되는 추세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근로자와 사업자가 기부금을 내고 소득공제를 받은 규모가 2013년 12조4800억원으로 2006년 대비 4조원이 넘게 증가하였다. 다만 꾸준한 증가추세에도 절대액은 여전히 국내총생산의 1%에 미치지 못한다. 2014년 영국에서 조사한 세계기부지수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60위에 머물렀다.
한 시민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저조한 기부문화의 주된 원인은 경제상황의 불확실성, 기부에 대한 무관심, 기부 대상에 대한 불신이었다고 한다. 국세청은 이 중 세 번째에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자신의 기부금이 엉뚱하게 쓰이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면 기부에 소극적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한 기업 사주가 수백억원의 세금이 부과될 것을 우려해 배우자가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을 통해 재산을 빼돌렸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있었다. 이러한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하나, 기부단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기부문화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일반적으로 기부를 받는 단체는 공익법인이다. 공익법인은 세금이 면제되는 기부금과 세금이 재원인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아 운영된다. 공익법인이 설립목적에 부합하게 운영되는지 국세청의 모니터링이 필요한 이유다.
국세청은 자산규모 5억원 이상 공익법인의 기부금 현황과 회계결산 서류를 홈택스에 공시하는 ‘공익법인 결산서류 공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자산규모가 100억원 이상이면 외부 회계감사 보고서까지 공시해야 한다. 공시된 공익법인의 수도 2009년 첫 시행 당시 4058개에서 지난해 6294개로 크게 증가하였다. 또한 비영리단체의 회계정보를 제공하는 한국가이드스타와 공익법인의 공시자료를 공유하여 공익법인 정보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였다. 앞으로 국세청은 공익사업 유형별 또는 지역별 기부금 모금액 등 다양한 통계를 개발하여 공익법인의 활동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영세한 공익법인에는 외부 회계감사인을 무료로 지원하는 서비스를 시행할 것이다.
영국의 정치가 처칠은 기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간은 ‘얻음’(what we get)으로써 생계를 꾸려 나간다. 그러나 삶은 ‘줌’(what we give)으로써 만들어 간다.” 나눔의 문화가 사회 전반에 정착될 수 있도록 국세청이 적극 지원하겠다.
김봉래 국세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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