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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메르스, ‘보건안보정책’ 맥락에서 접근해야 / 조성권

등록 2015-06-08 18:45수정 2015-06-08 18:45

내가 만일 반미 테러리스트이고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은 한국에 대한 테러, 특히 생물테러를 시도한다면 한국을 아마도 테러 대상 1순위로 꼽을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 대응을 보면 한국에 대한 테러가 너무도 쉽게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아르엔에이(RNA) 바이러스이다. 이 바이러스는 디엔에이(DNA) 바이러스와는 달리 돌연변이와 유전자 재조합이 매우 쉽게 일어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HIV/AIDS), 에볼라 바이러스 등이 바로 아르엔에이 바이러스다. 이것의 문제는 항바이러스제 혹은 백신을 만들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바이러스가 유전자 변이를 할 때 최악은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확산되고 치사율이 높아질 경우다. 만일 이런 사태가 발생되면 세계보건기구와 주변 국가들에서 한국에 대한 특별 조치를 단행할 것이다. 이런 조치들의 국내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는 매우 심각할 것이다.

과거 정부에서 글로벌 보건안보에 대한 외교정책이나 제안은 거의 전무했다. 그러나 현 정부는 글로벌 보건안보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편이다. 예를 들면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의 7개 어젠다 중에 보건안보를 포함시킨 일이다. 미국은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국가안보 차원의 보건안보 개념을 도입하고 생물학적 위협에 대한 다양한 국가전략들을 제시했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해 미국은 신종 전염병 및 생물테러 등 글로벌 보건안보 위협에 공동대응하기 위한 국제 공조체계인 ‘글로벌 보건안보 구상’(GHSA) 회의를 주최했다. 이 회의에 한국도 참석하여 500만달러를 지원하고 향후 5년간 이 회의의 행동계획을 주도해나갈 선도 조정 9개국 그룹에 동참했다. 이 회의가 올해 9월 서울에서 개최되고 10월에는 동북아평화협력구상 국제회의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를 보면서 과연 한국이 국제회의를 주최할 능력이 있는 건지 의문스럽다.

거의 모든 감염병과 전염병의 초기 증상은 감기 증상과 매우 유사하다. 따라서 대중은 쉽게 판별할 수 없다. 그러나 전염병이 확산되고 사망률이 높을 경우 발생지역의 주민들은 그 지역으로부터 이탈하려는 시도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최악의 경우 사회적 그리고 국가적 전염병의 확산과 통제에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런 사회적 혼란을 통제한다는 명목으로 정확한 정보를 언론매체에 전달하지 않는 것은 새로운 형태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이처럼 전염병에 대한 정보전달의 실패에 따른 개인적 불확실성의 증폭은 사회정치적 유대감을 축소시키면서 사회와 국가에 대한 신뢰의 상실로 유도될 수 있다. 극단적으로 폭력과 폭동의 기폭제가 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국가의 정당성과 합법성 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

이번 사태가 진정된다면 정부는 초심으로 돌아가 과거처럼 국가보건정책이 아니라 국가보건안보정책이라는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간단히 두가지만 제안한다. 첫째, 일반 대중에 대한 홍보와 교육이다. 병원체는 잠복기라는 특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관련 정보를 주기적으로 대중에게 홍보하고 교육해야 한다. 이것은 정확한 정보를 대중에게 전달하여 스스로 ‘위험 판단 능력’을 함양시키고 적절한 대응을 유도하여 사회적 혼란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최선의 정책은 예방 차원의 조기 탐지다. 이를 위해 국가정보기관의 새로운 역할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유행병학자를 중심으로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된 유행병 정보국(Epidemic Intelligence Service)을 신설했다. 이들은 특이한 질병이나 신종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경찰특공대처럼 출동한다. 한국도 정보기관의 역할에 이런 부분을 추가하여 질병관리본부와 유기적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조성권 한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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