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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선생님이 변해야 아이들이 삽니다 / 전상훈

등록 2016-03-02 19:02수정 2016-03-02 21:47

어제와 똑같은 아이들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얼굴 표정이 변했건, 하는 행동이 달라졌건 아이들은 날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섭니다.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아무런 말썽도 피우지 않고 공부 잘하던 아이가 어느 날 불쑥 사고를 치기도 하고, 그토록 속 썩이며 골칫거리이던 아이가 어느 때 보면 바른 행동을 하는 모범생으로 변해 있기도 합니다.

한번 나쁜 아이가 영원히 나쁜 아이이고 한번 좋은 아이가 언제까지라도 좋은 아이라면 교육은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무한한 변화 가능성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 그들이 어떤 학교에서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그 꿈이 바뀌고 인생이 바뀐다 생각하면 교육자로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결코 범상하지 않고 사소한 행동조차도 무엇 하나 허투루 할 수 없음에 마음이 숙연해지곤 합니다.

해마다 3월 이맘때쯤이면 교원 정기 인사이동이 단행되고 학교마다 가고 오는 선생님들로 북새통을 이루는가 하면, 졸업해서 나간 학생들 수만큼 풀잎처럼 풋풋한 신입생들이 교실을 채웁니다. 산과 들에 꽃으로 피어나는 봄이야 한겨울보다 매운 꽃샘추위 한두 번쯤 더 보내고서야 오는 것이겠지만, 새로운 사랑의 대상을 만나 가슴 설레는 마음의 봄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음을 느낍니다.

입학식에서 아이들에게 일러줄 학교장 훈화를 준비하면서 문득 교육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교육의 궁극적 목적이 학생 개개인의 전인적 자아실현이라고 한다면 학교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 것인지. 분명 선생님들은 모두가 각각의 자리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가르치고는 있다고 하는데, 왜 아이들은 학교를 싫어하고, 심성은 갈수록 거칠고 비뚤어져만 가는 것일까요.

전혀 새로울 것도 없는, 어쩌면 너무도 흔한 답이지만 고민 끝 결론은 명확합니다. 혼탁한 세상의 시류 속에서 교육이 표류하고, 학교가 강고한 입시 중심 교육 체제의 올가미를 온전히 벗어던질 수는 없다고 할지라도 아이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올바른 사람됨의 길을 가르쳐야 하는 당위적 명제까지 몰각해서는 안 된다고. 필자 혼자만의 생각과 판단일지는 몰라도, 예전과 비교했을 때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들을 보듬고 가르치는 시간은 훨씬 늘어났는데, 그 시간에 비례하는 선생님들의 교육적 열정과 관심은 결코 예전보다 커지거나 뜨거워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아이들 앞에 서기가 한없이 부끄러워지기만 합니다.

우리 교육이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자꾸 멀어져가려는 아이들을 정신적으로 감동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그 감동의 중심자리에서 아이들의 영혼을 흔들어 깨우는 것은 바로 사랑 아닐까요. 교육현장을 지키는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함께 아파하고 함께 꿈꾸며, 작은 위로가 되고 등불이 되는 존재로 거듭날 때 실추된 교권과 교육적 신뢰도 분명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전상훈 광주첨단고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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