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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노동장관 말대로 하면 KTX는 탈선한다 / 강훈중

등록 2016-03-07 19:15수정 2016-03-07 20:18

이기권 노동부 장관이 야당을 향해 노동개혁법안을 외면한 채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은 모순이고 위선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지난달 29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말하고 정부·여당의 노동법안으로 37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여당의 법안을 케이티엑스(KTX)에 비교하면서 좌석을 900석에서 1500석으로 늘리고 속도를 300㎞에서 400㎞로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참으로 이 정부의 노동정책 지향점을 적절하게 잘 표현한 말이다. 그의 주장대로 케이티엑스 좌석 수를 늘리고 속도를 높이면 시간당 실어 나르는 승객 수가 늘어나 수익이 개선될 수 있다. 정부와 기업들이 매우 좋아하는 내용이다. 이론적으로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반대현상이 발생한다. 지금의 철로 위에 케이티엑스 좌석을 늘리고 속도를 높이면 열차가 탈선하는 대형 참사로 이어져 승객들은 이윤창출을 위한 희생양으로 전락하고 만다. 열차도 박살나고 국가 신용도도 추락해 엄청난 인적·경제적 재앙이 발생할 것이다. 산업안전을 책임져야 할 노동부 장관이 하필 예를 들어도 생명 안전은 고려하지 않고 기업의 수익성만 따지니 안타깝다.

마찬가지로 쉬운 해고, 임금 삭감, 파견업종 확대 정책은 아무리 청년일자리법이니 경제활성화법이니 우겨도 재벌 대기업 총수들의 배만 불리고 노동자를 희생시키는 노동악법에 불과하다. 정규직에 대한 쉬운 해고는 양질의 일자리를 줄이고 실업자와 간접고용 비정규직만 늘어나게 한다. 결과적으로 노동-자본 간 소득 불균형을 심화시켜 소비를 위축시키고 경제와 일자리 문제도 점점 악화시킨다. 한마디로 ‘헬조선’ 정책이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총선을 앞두고 친기업·반노동으로 점철된 잘못된 경제정책과 무능에서 비롯된 청년실업 문제, 일자리 문제를 야당과 노동계에 뒤집어씌우고 있다. 정부·여당은 비정규직 양산 정책에서 탈피해 청년을 비롯한 노동자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기권 노동부 장관도 본분을 망각하고 자신의 무능을 입법부에 전가할 것이 아니라 왜 노동법안이 국회에서 합의처리되지 못하는지 반성해야 한다. 국회에서 합의처리되지 않는 이유는 정부·여당 법안에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되지 않은 파견업종 확대 등 비정규직양산법안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확대 내용은 과감히 빼고 합의된 내용을 중심으로 수정한다면 여야 합의처리 가능성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세계경제의 위축과 내수 침체로 우리나라는 장기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임금소득 주도형 경제성장정책으로 정부의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가져가는 배당금(1772억원)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가져가는 배당금(773억원) 등 재벌 대기업 총수들의 수입을 줄이고, 대신 비정규직 감축 및 차별 철폐,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자들이 가져가는 돈이 늘어나게 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가 균형 있게 성장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겨 일자리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정부의 비정규직 양산 정책은 청년들이 취업, 연애, 결혼을 포기하게 만들어 우리나라를 심각한 저출산 국가로 만들고 있다.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청년들이 반듯한 직장을 얻어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아기를 낳아서 인구 감소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아기를 수천명씩 낳을 수는 없지 않은가. 재벌 대기업만 배터지게 하는 정부의 쉬운 해고와 비정규직 확대 정책은 자칫 대한민국을 침몰시킬 수도 있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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