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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합병 대신 규제가 필요한 때 / 박추환

등록 2016-03-07 19:17수정 2016-03-07 22:58

‘골든타임’이란 애초 사고나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인명을 구조할 수 있는 초반의 매우 중요한 시간을 가리키는 것이었지만, 최근에는 안전 분야는 물론 인간관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을 가리키는 말로 널리 쓰이고 있다.

통신·방송 서비스 분야에서도 지금이야말로 소비자 후생 손실을 막을 골든타임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에스케이(SK)텔레콤과 씨제이(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 여부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두 기업의 인수합병을 허가하느냐, 아니면 이를 불허해 왜곡된 시장구조를 개선하고 지배력 전이를 규제하느냐에 따라 소비자 후생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은 정부의 지속적인 경쟁 활성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시장구도가 5 대 3 대 2로 고착화됐고,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인한 높은 시장집중도는 지난 12년간 소비자 후생 손실에 약 11조원의 영향을 미쳤다고 연구된 바 있다.

그런데 현재 에스케이텔레콤이 추진 중인 씨제이헬로비전 인수합병이 성사되는 경우, 에스케이텔레콤이 이동통신·방송·인터넷 전체 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남용할 우려가 증가함으로써 소비자 후생 손실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스케이텔레콤이 지난해 12월 ‘씨제이헬로비전 인수합병 설명회’에서 이번 합병 이후 ‘케이블티브이+이동통신’의 결합상품 판매에 더욱 주력할 것임을 공언한 것을 볼 때, 결합상품 시장의 쏠림이 더욱 심화될 것이 확실시된다.

실제 최근 통신·방송시장에서 에스케이텔레콤과 씨제이헬로비전의 인수합병에 따른 후생 손실의 변화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보면, 합병 후 후생 손실 규모가 전 시장에 걸쳐 점점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유료방송시장과 결합시장에서 후생 손실 규모의 상승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합병 전에 비해 추가로 발생하는 후생 손실 규모는 향후 5년간 10조7천억~17조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결합시장의 경우, 합병이 없으면 향후 5년간 총 1조2263억원의 후생 손실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 데 비해, 이번 합병으로 인해 같은 기간 6조6천억원의 추가적 후생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더구나 이번 합병이 성사되면 왜곡된 시장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도 상실하고, 이를 감안한 후생 손실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까지 정부는 알뜰폰 활성화, 제4이동통신 도입 등 경쟁 활성화 정책을 통해 통신시장의 고질적인 지배력 고착화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합병을 허용하면 기존의 경쟁활성화 정책이 무력화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현재보다 경쟁구조가 개선된 개별시장의 시장구조와 비교할 경우, 합병으로 인한 추가 후생 손실 규모는 향후 5년간 약 21조9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가구 단위로 계산하면 연간 약 23만4000원의 손실에 해당한다. 결합시장의 경우에는 합병 후 5년간 약 10조5천억원의 추가적 후생 손실을 입게 되어, 결합시장에서만 가구당 연간 약 11만2600원의 손실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전망이다.

박추환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박추환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이번 합병은 경쟁 활성화와 이용자 후생 증진 측면에서 정부 정책에 위배되는 것으로, 불허하는 것이 마땅하다. 오히려 결합상품 시장을 통한 에스케이텔레콤의 지배력 전이를 규제할 공정경쟁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즉, 지금이 바로 통신·방송 시장에서 왜곡된 시장구조를 개선하고, 소비자 후생 손실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박추환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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