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동 시인
말이 대포보다 힘센 세상이
온다면 좋겠다. 글이 돈보다
귀하고 값진 세상이 온다면
좋겠다. 펄펄 살아 튀는 활자들이
모든 규제와 금기와 억압의 국경을 넘어
한판 왁자지껄한 자유의 축제를 여는
아름다운 세상이 온다면 좋겠다
중립을 넘어 진실로 육박하는
객관을 넘어 해방으로 달려가는
하나의 권위보다 수많은 자율을 껴안는
사실을 기록하라
진실을 취재하라
사랑을 기획하라
평화와 평등을, 해학과 긍정을
연대와 투쟁을 편집하라
지면에서 거센 광야의
바람소리가 들려오게
천년의 강바람 소리가 들려오게
산맥이 이어달리고
바다가 용틀임하는 소리가 들려오게
지면에서 땀냄새 물씬 풍겨오게
아직 오지 않은 세상을
교열하고 조판하는 신문
아름답지 않은가
모두가 잠든 밤에
새로운 세상의 새벽을 찍어내고 있는 윤전기
다른 세상을 디자인하는 신문
그 비릿한 허기와 욕망과 고뇌
새로운 세상의 아침을 배달하는 가쁜 숨소리
새로운 세계를 편집하라
새로운 세계를 펼쳐라
2016년 3월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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