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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당신의 포퓰리즘, 나의 생존수당 / 박영민

등록 2016-07-25 18:36수정 2016-07-25 19:17

박영민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활동가

대학 수업시간에 만난 덴마크 학생의 발언은 충격적이었다. 등록금뿐만 아니라 교통비, 생활비 명목의 ‘Allowance’, 다시 말해 나라에서 용돈을 준다는 것이었다. 한국에 살고 있는 청년으로서 상상하기 힘든 광경이었다.

그가 나라에서 용돈을 받고 학업과 취업준비에 집중할 동안 한국에서는 한 달에 50만원, 길어야 반년 정도 지급되는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사업(이하 청년수당)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었다. 전국 78%의 고시원이 밀집되어 있는 서울·경기지역의 평균 월세비용은 45만8천원(민달팽이 유니온, 2012)이다. 여기서 고작 4만2천원 더 주는 그 돈을 가지고, 청년들이 청춘을 낭비하는 데 쓰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장면은 그리 유쾌하진 않다.

심지어 그 50만원은 모두에게 지급되지도, 완벽한 현금으로 지급되지도 않는다. 약 200만명의 서울시 청년 중 3000명에게만 지급되고, 주류 및 유흥과 관련된 소비가 불가능한 방식의 클린카드제도가 도입된다. 또한 여기에 쓰이는 서울시 예산은 약 90억원으로 2016년 전체 예산의 0.6%에 불과하다. 일각의 주장처럼 포퓰리즘이나 무상용돈조차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복지부나 다른 누구라도 서울시의 정책을 비판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올바른 비판은 발전적인 논의를 수반할 때 가능한 법이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이 비판받아야 할 부분은 세금낭비, 포퓰리즘 따위가 아닌 너무 적은 수혜자의 수이다.

지자체가 노동시장구조를 바꾸기는 힘들다. 서울시도 취업지원제도를 끊임없이 실행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청년의 신규채용 64%가 비정규직, 전환율은 3년간 7% 하락해 20%에 불과한 상황(청년유니온, 2015)에서 어디든 취업하라고 말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그렇다면 지자체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고용불안정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으로 일단 밀어넣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전까지 지원하는 것이 차선이다. 그런 맥락에서 봤을 땐 3000명은 너무 적다.

또한 청년수당의 핵심은 최소한의 생활비, 다시 말해 기본소득이다. 오디션을 치르듯 자기소개서를 쓰고 누가 더 고단한 삶을 살았는지 경쟁에 부치는 방법은 그 핵심에서 어긋난다.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돈이 있어야 살 수 있으니까 나라에서 당연히 보장해줘야 한다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200만명의 서울시 청년에게 전부 줄 수는 없지만, 그런 태도로 청년수당에 접근하는 것이 좀더 발전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최저임금 1만원과도 일맥상통한다. 경제상황과 관련해 자영업자가 최저임금 1만원을 감당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왜 이런 주장이 나왔나를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그 정도는 돼야, 알바를 하든 비정규직으로 살든 말 그대로 ‘먹고살 수 있으니까’. 청년수당도 마찬가지이다.

50만원은 결코 인생을 흥청망청 살 수 있는 돈이 아니다. 고시원 월세 내기도 빠듯한 돈을 가지고 청년들이 세금낭비하고 있다는 식으로 모는 것은 부당하다. 당장 학자금 대출 이자 갚는 것도 버거운데 그 돈을 낭비할 청년은 없다. 그런 식의 상상이 가능한 사람은 청년들의 실제 상황을 모르는 이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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