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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우리의 신바람은 따뜻한 바람 / 가미경

등록 2017-11-27 17:53수정 2017-11-27 19:16

가미경
충남 서산시 음암면 홍천로

2017년 11월17일 장애인 학교인 서산 성봉학교, 우리 학생들의 학예회 신바람 공연을 보면서 흥에 겨워 박수를 치는데 나는 왜 눈물이 났는지, 가슴 한쪽이 아팠는지 모르겠다. 여린 동정의 눈빛으로 시작했지만, 아이들의 몸짓에서 감동이 오고 그 뒤의 그림자에게 존경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반듯한 줄로 서서 걸그룹 댄스를 마냥 예쁘게 추던 아이들과 예술적 재능이 있다는 친구의 연주를 보며 ‘예쁘다’, ‘잘한다’가 느낌의 전부였다면, 오늘 관람한 성봉학교 학예회 신바람 공연은 그 담을 훌쩍 뛰어넘어 다른 공간에서 위성을 따라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나는 나그네가 되어 무대를 바라보았다. 무대는 매 순간 분주했고 그들의 발맞춤은 예측이 어려웠다. 그럼에도 무대 위 시곗바늘은 선생님 손으로 당겨져 유유히 물살처럼 흘러갔다. 저기까지 그 손끝이 하늘을 향하기까지 걸린 시간, 선생님들이 수고로이 움직였을 몸짓들, 시시포스의 바위보다 더 힘들었을 시간들, 넘치게도 나는 그런 모습을 그렸다.

우리는 장애아 부모를 결코 안쓰러운 눈빛으로 보면 안 된다. 그 부모는 평범한 부모가 아니라, 그 몫을 감당해낼 수 있는 인품과 자애를 가졌기에 그들에게 그 아이들이 잠시 머물러 갈 수 있다. 마찬가지로 그 아이들에게 기회도 공평해야 한다. 무조건 더 도와주고 더 돌봐주는 것이 아니라, 그 친구들이 감당해낼 수 있는 몫만큼의 기회와 형평성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우리 학교 선생님 같은 안내자! 무대 사이마다 능숙한 동작을 하는 친구가 앉아 있다. 그들의 선생님이었다. 같은 옷을 입고 얼굴 마주 보고 무릎 쳐주면서 친구들에게 흥을 돋워주었다. 선생님은 친구들과 손잡을 때 단순히 스치지만은 않는다. 손가락 사이로 그 친구와 하나된 다음 그 손을 자신의 가슴까지 끌어올린다. 선생님의 습관인 듯했다. 저 모습이 소명이고 열정이었다. 마침인사에서 교장 선생님께서는 ‘다퍼드림 신바람교육’ 구호와 함께 학생과 선생님 그리고 학부모가 하나된 공동체임을 강조하셨다.

얼마 전 서울 강서구의 특수학교 설립 반대시위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시교육청에서 학교용지로 매입한 땅을 지역 정치인이 한방병원 유치로 바꾸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또 특수학교가 생기면 집값이 하락할지 모른다는 상식 이하의 이유로 집단행동이 벌어졌단 것이다. 이에 분개하고 반성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따뜻한 세상이 만들어진다. 오늘은 아침 영하 5도로 시작한 날씨였다. 얄팍했던 내 삶의 거죽에 따뜻한 훈기를 불어넣어주는 신바람 공연에 나는 오늘 이 자리에 있었음을 감사하고 소중하게 가슴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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