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나
한국여성노동자회 지난해 파리바게뜨 제조(제빵·카페) 기사들의 불법파견 사안이 제기되며, 그와 함께 파리바게뜨 제빵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문제도 함께 드러났다. 장시간 노동과 임금꺾기, 거의 없다시피 한 휴게시간과 다 쓸 수 없는 연차, 가맹점과 본사 사이에서 받는 제품관리 스트레스, 제품 발주 실적에 대한 압박 등 제빵계에서는 그나마 나은 편이라는 대기업 파리바게뜨의 노동 현실에 뭇사람들이 놀랐다. 하지만 더 기함할 일이 이제껏 가려져 있었다. 바로 제조기사들의 모성·건강권 침해 문제이다. 한국여성노동자회로 찾아온 제빵기사 중 ㄱ씨는 임신 초기 일하다 하혈을 해 조퇴하길 청했으나 “참고 좀 일해봐. 사람 없는 거 뻔히 알잖아”라는 말을 들었다. 결국 유산이라는 아픈 경험을 하게 됐고, 무책임하기 그지없던 관리자들의 대응은 이후에도 시정되지 않아 ㄱ씨가 몇 개월 뒤 재임신하였을 때도 같은 상황, 같은 아픔을 겪어야 했다. 다른 사례로 ㄴ씨는 임신해서도 계속 일할 수 있음을 표명한 제빵기사였다. 그러나 그에게 관리자는 계속해서 ‘휴직’을 종용했다. 말이 좋아 휴직이지 무급으로 일을 쉰다는 것은 ㄴ씨에게 권고사직이나 다름없게 들렸다. 또 그들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주방에서 화장실도 갈 틈이 없어 많은 여성 기사들이 방광염과 질염에 시달리고, 심지어 땀이 많이 나는 여름에는 미리 항생제를 처방받아 먹는다는 얘기도 해주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지난해 ‘3·8 세계 여성의 날’ 누군가 단상에 올라가 외쳤던 말이 생각났다. “나라는 저출산 시대라면서 자꾸 애를 낳으라고 하는데, 여성들이 회사에서 일하며 듣는 말은 ‘왜 애를 가졌냐?’이다. 대체 어쩌란 거냐?” 일하는 여성들이 짊어진 사회적 아이러니를 간명하게 보여주는 문장이었다. 애 많이 낳으면 애국하는 거라는 다소 허황된 말은 여성들이 실제로 발 디딘 직업 현장에서는 전혀 통용되지 않는다. 채용 면접에서 ‘남-결-출’(남자친구·결혼계획·출산계획이 있냐?) 3종 세트 질문을 받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임신했다고 알려지면 “왜 이렇게 빨리 애를 가졌냐?”는 핀잔을 듣고, 나라에서 보장하는 보건(생리)휴가, 임신 중 단축근무, 유·사산 휴가, 육아휴직을 신청할라치면 받는 눈총과 퇴사 권유는 한국의 거의 모든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파리바게뜨처럼 핵심 노동자들의 80%가 여성인 사업장에, 대기업의 직접관리를 받는 전국 규모의 사업장에서 ㄱ, ㄴ씨와 같은 사례가 왕왕 발생한다는 사실에 새삼 경악했다. 노동 현장에서 여성 노동자의 생리와 임신은 왜 불량품 다루듯 책망받고, 휴직·퇴사 권고의 사유가 되어야 하나? 인구의 반이 여성이고, 이 사업장은 80%가 여성인데도 노동자의 임신과 출산, 육아는 왜 개인적으로 알아서 책임져야 할 일로만 치부되는가? 기업은 노동자들의 모성·건강권을 침해하는 이런 심각한 불법행위를 어찌 이토록 버젓이 자행하는가? 이 글을 부탁한 제빵기사 중 한 분은 “유산하고 아팠던 걸 자랑하려는 게 아니에요. 힘든 얘기지만 끄집어내 해결책을 찾는 시발점이 되었으면 해요”라며 눈물지었다. 그렇다. 지난해부터 올해 1월11일 불법파견 사안에 대한 노사교섭이 타결될 때까지, 한 번도 제기되지 않았던 파리바게뜨 제조 노동자들의 모성·건강권 문제를 이제는 제대로 다루어야 한다. 파리바게뜨 사측은 본사가 51%의 지분을 갖는 자회사로 제조기사들을 고용해 책임있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급여와 복리후생을 상향 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파리바게뜨 본사는 이 약속들을 이행하고, 소속 노동자들의 모성·건강권을 적극 보장하겠다는 의지도 함께 담아야 한다. 또한 모성·건강권 침해 기업을 국가가 엄격히 관리·감독해야 이 불법의 고리를 제대로 근절할 수 있다. 생리하고 임신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적당히 쓰고 버리는 불량품이 아님을 기업과 국가가 제대로 인지하길 바란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지난해 파리바게뜨 제조(제빵·카페) 기사들의 불법파견 사안이 제기되며, 그와 함께 파리바게뜨 제빵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문제도 함께 드러났다. 장시간 노동과 임금꺾기, 거의 없다시피 한 휴게시간과 다 쓸 수 없는 연차, 가맹점과 본사 사이에서 받는 제품관리 스트레스, 제품 발주 실적에 대한 압박 등 제빵계에서는 그나마 나은 편이라는 대기업 파리바게뜨의 노동 현실에 뭇사람들이 놀랐다. 하지만 더 기함할 일이 이제껏 가려져 있었다. 바로 제조기사들의 모성·건강권 침해 문제이다. 한국여성노동자회로 찾아온 제빵기사 중 ㄱ씨는 임신 초기 일하다 하혈을 해 조퇴하길 청했으나 “참고 좀 일해봐. 사람 없는 거 뻔히 알잖아”라는 말을 들었다. 결국 유산이라는 아픈 경험을 하게 됐고, 무책임하기 그지없던 관리자들의 대응은 이후에도 시정되지 않아 ㄱ씨가 몇 개월 뒤 재임신하였을 때도 같은 상황, 같은 아픔을 겪어야 했다. 다른 사례로 ㄴ씨는 임신해서도 계속 일할 수 있음을 표명한 제빵기사였다. 그러나 그에게 관리자는 계속해서 ‘휴직’을 종용했다. 말이 좋아 휴직이지 무급으로 일을 쉰다는 것은 ㄴ씨에게 권고사직이나 다름없게 들렸다. 또 그들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주방에서 화장실도 갈 틈이 없어 많은 여성 기사들이 방광염과 질염에 시달리고, 심지어 땀이 많이 나는 여름에는 미리 항생제를 처방받아 먹는다는 얘기도 해주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지난해 ‘3·8 세계 여성의 날’ 누군가 단상에 올라가 외쳤던 말이 생각났다. “나라는 저출산 시대라면서 자꾸 애를 낳으라고 하는데, 여성들이 회사에서 일하며 듣는 말은 ‘왜 애를 가졌냐?’이다. 대체 어쩌란 거냐?” 일하는 여성들이 짊어진 사회적 아이러니를 간명하게 보여주는 문장이었다. 애 많이 낳으면 애국하는 거라는 다소 허황된 말은 여성들이 실제로 발 디딘 직업 현장에서는 전혀 통용되지 않는다. 채용 면접에서 ‘남-결-출’(남자친구·결혼계획·출산계획이 있냐?) 3종 세트 질문을 받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임신했다고 알려지면 “왜 이렇게 빨리 애를 가졌냐?”는 핀잔을 듣고, 나라에서 보장하는 보건(생리)휴가, 임신 중 단축근무, 유·사산 휴가, 육아휴직을 신청할라치면 받는 눈총과 퇴사 권유는 한국의 거의 모든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파리바게뜨처럼 핵심 노동자들의 80%가 여성인 사업장에, 대기업의 직접관리를 받는 전국 규모의 사업장에서 ㄱ, ㄴ씨와 같은 사례가 왕왕 발생한다는 사실에 새삼 경악했다. 노동 현장에서 여성 노동자의 생리와 임신은 왜 불량품 다루듯 책망받고, 휴직·퇴사 권고의 사유가 되어야 하나? 인구의 반이 여성이고, 이 사업장은 80%가 여성인데도 노동자의 임신과 출산, 육아는 왜 개인적으로 알아서 책임져야 할 일로만 치부되는가? 기업은 노동자들의 모성·건강권을 침해하는 이런 심각한 불법행위를 어찌 이토록 버젓이 자행하는가? 이 글을 부탁한 제빵기사 중 한 분은 “유산하고 아팠던 걸 자랑하려는 게 아니에요. 힘든 얘기지만 끄집어내 해결책을 찾는 시발점이 되었으면 해요”라며 눈물지었다. 그렇다. 지난해부터 올해 1월11일 불법파견 사안에 대한 노사교섭이 타결될 때까지, 한 번도 제기되지 않았던 파리바게뜨 제조 노동자들의 모성·건강권 문제를 이제는 제대로 다루어야 한다. 파리바게뜨 사측은 본사가 51%의 지분을 갖는 자회사로 제조기사들을 고용해 책임있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급여와 복리후생을 상향 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파리바게뜨 본사는 이 약속들을 이행하고, 소속 노동자들의 모성·건강권을 적극 보장하겠다는 의지도 함께 담아야 한다. 또한 모성·건강권 침해 기업을 국가가 엄격히 관리·감독해야 이 불법의 고리를 제대로 근절할 수 있다. 생리하고 임신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적당히 쓰고 버리는 불량품이 아님을 기업과 국가가 제대로 인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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