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수 법무법인 리우 변호사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정의·인도·동포애’를 헌법 가치로 제시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현 정부의 적폐청산과 개혁이 헌법 정신에 기초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징한 근거다.
촛불혁명이 그토록 간절하게 단절하고 싶었던 무능·부패·타락한 수구세력과 헌법·법치주의를 유린한 자들을 도려내는 적폐청산과 개혁은 시대정신이 되었다. 현 정부도 촛불 정신 구현을 위해 과거의 온갖 폐단들을 발굴하고 쇄신하는 데 치열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개혁의 한가운데 서 있는 주제가 검찰개혁이다.
민주화 이후 등장한 모든 정부에서 검찰개혁은 언제나 화두였다. 지난 1월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가장 시급한 개혁 과제로 검찰개혁을 꼽고 있다. 정부와 국민 모두 검찰개혁을 중대한 시대 과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과거 검찰개혁 결과는 항상 용두사미였고, 근본적 개혁과는 거리가 멀었다. 왜 숱하게 시도된 검찰개혁은 실패를 반복했을까.
일제강점기 시절 1912년 조선총독부는 ‘조선형사령’을 발령하여 효율적인 식민통치 구현을 위해 국가 형벌권을 검찰에 집중시켰다. 그런 불합리한 식민지배 체제가 오늘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심하게 말하면, 우리나라 검찰은 일제강점기 식민 검찰 체제를 세습한 최대 수혜자인 것이다.
검찰은 수사권, 기소·불기소권, 마지막 형 집행권까지 모든 형사절차를 장악하고 있다. 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대한민국 검찰이 전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초강력 권한을 바탕으로 검찰은 권력의 시녀로서, 때로는 권력의 주재자로서 온갖 몹쓸 짓을 가리지 않고 자행한 레비아탄(리바이어던) 괴물이 되어버렸다. 검찰 권한 남용과 사법정의 훼손은 민주주의 질식으로 나타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되었다.
따라서 개혁의 핵심은 초강력 집중 권한을 분산시키고, 견제 수단을 만드는 데 있었으나, 그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검찰개혁은 늘 실패가 예견되어 있었던 셈이다. 이번에도 이를 놓치면 검찰개혁은 또다시 수포로 돌아갈지 모른다.
개혁의 지향점이 잘못되면,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의 저서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참여정부의 검찰개혁이 실패한 원인이 바로 ‘개혁의 방향성을 잘못 설정한 것’이라고 고백하였다.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은, 검찰개혁을 검찰청과 경찰청 ‘양 기관 사이의 권한 조정’이라고 여기고, 검찰에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담했다. 검찰이 경찰과의 협의에 응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니 정통성 있는 정부마저 위협하는 ‘통제 불능의 권력’이 된 것이다.
올해 1월14일 정부가 발표한 권력기관 개혁방안에서 검찰권 축소 및 검찰에 대한 견제 방안이 제시되었고, 내용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법무부 탈검찰화, 검찰의 직접수사권과 수사지휘권 제한이라고 밝혔다. 검찰권력 분산, 권력기관 견제와 균형이라는 개혁 방향성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 2월8일 법무부 검찰개혁위원회는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일부 폐지, 수사종결권 및 강제수사권 없는 1차적 수사권 경찰 부여 방안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혁 방안을 발표하였다. 언뜻 보면 정부가 발표한 개혁 방안과 비슷한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 개혁 방안에도 전혀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개혁 방향성에도 반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개혁의 핵심인 권력 분산은 없고, 현재의 검찰 수사 현실과 전혀 다를 바 없으니, 검찰로서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 방안이다. 심하게 말하면 무늬만 개혁으로 검찰개혁은 물 건너간 것 아닌가라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법무부 검찰개혁위 방안대로라면 일각에서 제기된 ‘경찰권 비대화’의 부작용은 그야말로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검찰이 현재와 같은 막강 권한을 여전히 보유하는 수사 체계에서 경찰권 비대화 운운하는 것은 검찰개혁을 호도하는 사치스러운 말처럼 들린다.
검찰이 지난 시절 저지른 패악은 무소불위 권력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 권력을 쪼개지 않을 경우 언제 또다시 미친 권력의 칼춤에 국민이 고통받을지 모른다. 국민을 위한 개혁이 되려면, 검찰은 수사에서 손 떼고 공소에 전념하며, 검사는 법률전문가로서 경찰 수사의 적법성을 신중하게 따져 인권보호와 공익의 대표자로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고 개혁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현 정부가 과거 실패한 검찰개혁 교훈을 초석으로 반드시 개혁에 성공하여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 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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