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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3·1혁명 99주년의 과제 / 김삼웅

등록 2018-02-28 18:29수정 2018-02-28 19:34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우리는 3·1혁명 100주년을 1년 앞두고 아직도 정명(正名)을 회복하지 못한 채 관제 용어인 ‘3·1운동’이란 비칭을 사용하고 있다. 1919년 3~4월 한민족이 왜적의 총칼 앞에 생명을 내던지며 투쟁했던 ‘3·1혁명’의 역사적 의미부터 살펴본다.

첫째, 국치 9년 만에 소수의 친일파를 제외한 전 민족이 하나가 되어 자주독립을 선언하였다. 인구의 10분의 1 이상이 시위에 참여한 것은 세계혁명사에서 처음이다. 둘째, 군주제를 폐지하고 근대적인 민주공화제로 전환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민족 대표들이 법정에서 독립하면 민주공화제 국가를 수립할 것이라 진술하고, 각종 지하신문은 민주공화제를 추구했다. 상하이 대한민국임시정부는 이를 받아 민주공화제를 채택했다.

셋째, 여성이 사상 처음으로 근대역사 현장에 등장하였다. 4천년 동안 남성 위주의 가부장제도에서 신음해온 여성들이 독립된 주체로서 봉기하였다. 의병투쟁 등에 소수의 여성이 참여한 적은 있으나 자주적으로, 집단적으로 역사 현장에 참여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넷째, 신분 해방의 측면이다. 조선 사회의 ‘천민계급’에 속해 있던 기생·백정·광대 등 하층인들까지 조국해방투쟁 전선에 주체적으로 참여하여 일제와 싸웠다. 이로써 군왕과 양반 중심의 계급사회가 민중이 중심이 되는 평등주의 사회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섯째, 비폭력투쟁이다. 3·1혁명의 지도부는 처음부터 비폭력, 일원화, 대중화를 지침으로 하였다. 이 사실 역시 세계혁명사의 초유의 일이며, 멀리는 지난해 촛불 혁명의 모형이 되었다. 여섯째, 세계 피압박민족 해방투쟁의 봉화 역할을 하였다. 중국의 5·4운동을 비롯해 인도와 이집트, 중동과 아프리카 제국의 반식민지 해방투쟁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일곱째, 국치 이래 독립운동 일각에서 진행되어온 존왕주의 복벽운동을 중단시키고, 주권불멸론-국민주권승계론에 따른 국민국가 시대를 열었다. 여덟째,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에 나가 살던 이주민과 망명자들까지 하나로 묶어내는 한민족의 정체성을 이루었다. 한인이 거주하는 세계 곳곳에서 독립 만세에 참여하였다. 아홉째, 독립의 당위성과 함께 일제의 패권주의와 침략성을 지적하고, 인류가 지향해야 할 국제평화·평화공존·인도주의 등 이상을 제시하면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등장하였다.

이와 같은 코페르니쿠스적인, 대전환을 가져온 것이 기미년 3~4월 한민족이 성취한 3·1혁명이다. 이를 일컬어 ‘혁명’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당시 일본 정부와 신문은 폭동·난동·소우·반란 등으로 표현했지만, 중국의 신문·잡지는 조선혁명·대혁명·조선해방투쟁 등으로 썼다. 우리 독립운동가들도 그렇게 불렀다. 해방 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제헌헌법 초안에서는 전문에 ‘3·1혁명’으로 명시했던 것을 한민당 계열 일부 제헌의원들이 국회의장 이승만에게 과격 용어라고 진언해 ‘혁명’이 ‘운동’으로 바뀌게 되어 오늘에 이른다.

종로와 광화문광장은 왕조시대의 만민공동회 → 일제강점기의 3·1혁명 → 이승만 독재 시대의 4월혁명 → 군부독재 시대의 6월항쟁 → ‘이명박근혜’ 시대의 촛불 혁명으로 승계되는 대한민국 정신사의 터전이다. 이곳에는 우리 역사에서 불멸의 위인인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서 있다. 두 분이 다 왕조시대의 인물이다.

따라서 광화문광장 어느 지점에 3·1혁명과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설치하여 대한민국의 심장 광화문광장이 명실상부한 민주공화정의 중심지임을 증거했으면 한다. 조형물은 근현대사의 동학혁명, 의병투쟁, 3·1혁명, 임시정부, 대한민국, 촛불 혁명, 남북통일을 상징하는 일곱 개의 기둥 위에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을 형상화하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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